23일 오전, 대구 남구청 종합민원실. 창구 앞에 선 외국인 민원인이 서류를 내밀자 직원은 작은 기기를 들어 올렸다.
서류를 촬영하자 화면에 번역 문장이 뜨고, 곧이어 또렷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잠시 머뭇거리던 민원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질문을 이어갔고, 직원 역시 기기를 통해 응답했다. 몇 분 전까지 이어지던 어색한 침묵은 어느새 자연스러운 대화로 바뀌어 있었다.
이날 민원실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통·번역기가 바쁘게 작동하고 있었다. 영어와 일본어는 물론 베트남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가 즉각 변환됐고, 음성과 텍스트가 동시에 제공되면서 현장의 소통은 한층 매끄러워졌다.
민원 창구 직원은 “이전에는 외국인 민원인이 오면 서로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지금은 기기를 통해 바로 설명이 가능해 업무 부담도 줄고 처리 속도도 빨라졌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한 외국인 민원인도 “예전에는 설명을 이해하기 어려워 여러 번 되묻곤 했다”며 “지금은 바로 번역이 돼서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남구는 최근 늘어나는 외국인 주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 같은 통·번역기를 도입했다. 미군부대 캠프 워커 인접 지역이라는 특성상 외국인 거주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민원 현장에서의 언어 장벽 해소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기준 등록 외국인은 2482명으로 1년 전보다 크게 늘었다.
AI 통·번역기는 65개 언어를 지원하며, 문서 이미지 번역과 음성 인식 기능을 함께 제공한다. 민원인이 제출한 서류를 촬영하면 즉시 번역되고, 양방향 대화도 가능해 상담 과정 전반을 돕는다.
현장에서는 도입 효과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민원 처리 시간이 단축되면서 대기 시간 역시 줄었고, 직원과 민원인 모두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조재구 남구청장은 “언어 차이로 인해 행정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어서는 안 된다”며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누구나 차별 없이 편리한 행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