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 고령지사를 둘러싼 논란이 수문 관리 포기에서 시작해 대규모 사업 운영 전반으로 확산되며 지역사회 전반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 (본지 3월24일, 29일, 4월6일 9면 보도)
공사가 농업 기반 시설 관리라는 본연의 기능은 외면한 채, 사업 추진과 수수료 확보에는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 ‘셀프 설계·감리’ 의혹까지 더해지며 사안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고령지사는 전체 55개 농업용 수문 중 24개를 ‘인력 부족’을 이유로 고령군에 반납했다. 그러나 정작 수백억 원 규모의 각종 개발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에서 “책임은 회피하고 이익 구조만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화지 생태공원 조성사업(2023 준공)은 이러한 논란의 핵심 사례로 떠올랐다. 총사업비 98억 원 가운데 6억 원이 넘는 감리비가 집행됐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업은 과거 고령군의회로부터 부실 시공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막대한 감리비가 투입됐음에도 실제 관리·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셀프 감리’ 구조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고령군은 이러한 논란이 반복되자 농어촌공사와의 사업 추진에 대해 사실상 선을 긋는 입장을 내놓았다.
군 관계자는 “반복적인 문제 제기와 신뢰 훼손이 이어진 만큼 향후 농어촌공사와 관련된 사업은 추진하지 않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양 기관 간 협력 관계에도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과거 개진면 진촌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총사업비 65억1000만 원) 부실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 당시에도 사업비 집행의 적정성, 시설 활용도, 사후 평가 부재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지만, 유사한 구조의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이제 개별 사업이나 특정 지사의 문제가 아닌, 조직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수문 관리 같은 핵심 업무는 포기하면서 수백억 원 규모 사업은 계속 추진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며 “이 정도면 내부 점검이 아니라 외부 기관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유사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한 행정 전문가는 “감리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공공기관이 본연의 기능보다 사업 수행에 치중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이는 단순한 운영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문제”라며 “객관적이고 강도 높은 외부 감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논란은 ‘수문 관리 포기’에서 시작됐지만, 예산 집행의 투명성, 사업 관리 구조, 공공기관의 역할 정립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역사회 안팎에서는 “더 이상 내부 해명만으로는 신뢰 회복이 어렵다”며 “감사원 차원의 전면적인 감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전병휴기자 kr583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