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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겁이 빚고 유채꽃이 수놓는다... 울릉도 ‘자연 박물관’의 봄

황진영 기자
등록일 2026-04-06 16:26 게재일 2026-04-0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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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암리 일대 유채꽃 만개.... 화산암반과 어우러진 독보적 ‘봄의 향연’
6일 오후 경북 울릉군 서면 구암리의 지질 명소인 ‘버섯바위’ 일원에 유채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루고 있다. /황진영 기자

화산섬 울릉도에 완연한 봄이 찾아온 6일, 울릉군 서면 구암리에 있는 지질 관광명소 ‘버섯바위’ 일원이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으로 노란 물결을 이루며 상춘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날 오후, 울릉도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하던 관광버스들이 연신 멈춰 섰다. 관광객들은 잿빛 기암괴석과 쪽빛 바다, 그리고 그 사이를 가득 메운 유채꽃 군락이 만들어내는 이색적인 풍광에 저마다 찬사를 보냈다. 특히 인공적인 조경을 배제한 채 울릉도만의 거칠고 순수한 자연미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암리 일대는 단순한 꽃구경을 넘어 지구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자연 박물관’으로 평가받는다. 유채꽃과 어우러진 버섯바위는 뜨거운 용암이 수중에서 폭발해 발생한 화산재와 파편 등 화산쇄설물이 겹겹이 쌓여 형성된 화산력 응회암(화성쇄설암)이다.
 

울릉군 서면 구암리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하던 관광버스들이 유채꽃밭 앞에서 연신 멈춰 서고 있다. 버스에서 내린 상춘객들이 만개한 유채꽃 물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황진영 기자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의 차별 침식을 거치면서 약한 부분은 깎여 나가고 단단한 부분만 남아, 마치 거대한 버섯이 피어난 듯한 기이한 형상을 갖추게 됐다. 특히 이 바위는 본래 산 중턱에 있었으나, 산 사면의 붕괴로 인해 암반이 수직으로 깨져 아래로 떨어진 ‘토플 링 파괴(Toppling failure)’ 현상을 통해 현재의 해안가에 자리 잡은 지질학적 특이점을 지니고 있다.

유채꽃밭 너머로 펼쳐진 해변 역시 지질학적 가치가 높다. 모래 대신 파도에 마모된 둥근 돌들이 이어진 ‘몽돌 해안’은 울릉도의 대표 암석인 조면암을 비롯해 검은 현무암, 그리고 희귀 화산암인 포놀라이트(Phonolite) 등이 섞여 있어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 파도가 몽돌 사이를 빠져나갈 때 발생하는 청아한 소리는 유채꽃의 시각적 향연과 어우러져 방문객들에게 공감각적인 치유를 선물한다. 

인공적인 조경 없이 울릉도만의 거칠고 순수한 자연미가 가득한 이곳에서, 버스에서 내린 상춘객들이 만개한 노란 꽃물결 속에 파묻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황진영 기자

이날 현장에서 만난 관광객 김준서 씨(66)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라 걱정했는데, 웅장한 바위 아래로 유채꽃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모습을 보니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자연이 만든 거대한 조각품을 배경으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울릉군은 이 같은 독보적인 생태·지질 자원을 보존하면서도 관광객 편의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김준철 울릉군 서면장은 “거친 화산암반과 유채꽃 군락의 조화는 오직 울릉도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지질 명소의 원형을 보존하는 동시에 상춘객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환경 정비에 온 힘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봄꽃의 화려함 이면에 억겁의 세월을 견뎌낸 화산섬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곳. 올해 봄, 울릉도는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자연이 빚어낸 거대한 지질 유산의 참모습을 방문객들에게 가감 없이 증명하고 있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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