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게 더 흔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유전적 기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DGIST 뇌과학과 고재원 교수 연구팀이 신경세포 간 연결을 조절하는 MDGA1 유전자 변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임을 확인하고, 성별에 따른 발병 차이의 생물학적 근거를 밝혀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과 반복적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대표적인 신경발달질환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약 3~4배 높은 발병률을 보이지만 그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스페인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자폐 환자에게서 MDGA1 미스센스 돌연변이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이 유전자는 뇌 신경회로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변이가 발생할 경우 신경전달 단백질인 시냅신 II 기능이 저하되면서 신경회로 균형이 무너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별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변이 생쥐 실험에서 수컷은 사회성 저하 등 자폐 유사 행동을 보인 반면, 암컷은 정상 행동을 유지했다. 이는 암컷의 에스트로겐 신호전달 체계가 신경회로 이상을 보완하는 보호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약물인 바제독시펜(Bazedoxifene)을 수컷 변이 생쥐에 투여한 결과, 저하된 시냅신 II 기능이 회복되고 자폐 유사 행동도 정상 수준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고재원 교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새로운 유전적 요인과 성별 차이를 설명하는 분자기전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기존 승인 약물을 활용한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만큼 임상 적용을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EMBO Molecular Medicine 2026년 3월 2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