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해외 사례에서 본 성패의 교훈
지난 3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이 입법 예고되면서, 대구경북(TK)의 7월 행정통합은 무산됐다. 대구시는 지난 3월30일자로 대구경북통합추진단에 파견했던 직원들을 복귀시키고 ‘대구경북통합추진TF’도 사실상 해제했다. 다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이 행정통합 재추진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 경우 TK 행정통합 불씨는 살아날 수 있다.
경북매일신문이 해외 사례를 취재한 결과, 행정구역 통합으로 성공한 국가도 있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프랑스는 10여년 전 행정구역을 과감하게 통합해 도시경쟁력을 높인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다. 반면, 일본 오사카는 “행정구역 통합이 관료 조직만 새로 얹는 옥상옥(屋上屋) 행정”이라는 주민 반대로 행정통합이 무산됐다.
△프랑스 레지옹 통합⋯산업 지도의 재설계
프랑스는 지난 2016년 22개 레지옹(Region, 프랑스의 광역자치단체)을 13개로 과감히 통폐합했다. EU 단일시장 내에서 독일의 란트(Land)와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산업 전략이었다. 당시 프랑스 레지옹은 독일의 주(州) 단위에 비해 경제 규모가 작아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프랑스의 성공을 이끈 법적 장치는 2015년 제정된 ‘노트르(NOTRe) 법’이다. 프랑스는 이 법을 제정해서 3가지 구조적 혁신을 단행했다. 먼저 여러 행정 계층이 동일 정책에 중복 개입하던 구조를 청산하고 각 행정계층의 권한을 법률로 명확히 구분하는 ‘배타적 권한 체계’로 전환했다. 이어 산업정책·중속기업 지원·R&D·직업교육·투자유치 등 경제개발 핵심 권한을 레지옹으로 일괄 이관했다. 특례 나열뿐 아니라 법률에 따른 기능적 통합이었다.
프랑스는 이와함께 모든 레지옹에 ‘지역 경제개발·혁신·국제화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되, 중앙정부와 기초지자체가 참여하는 ‘공동 구축’ 과정을 거치게 했다. 국가와 지역의 정합성을 확보하면서도 레지옹의 전략적 리더십을 보장한 것이다. ‘권한의 집중’과 ‘분권적 협력’을 정교하게 결합한 거버넌스 혁신이 프랑스 통합의 실질적 성공 요인이었다.
△일본 오사카도(都)⋯주민 불신과 ‘옥상옥’ 비판
대구·경북이 행정통합 과정에서 참고로 했던 일본의 ‘오사카도’ 구상은 두 차례의 주민투표 끝에 모두 좌초됐다. 지정시인 오사카시를 해체해 4개 특별구로 재편하고, 광역 행정과 기초 행정의 중복을 없애 ‘이중 행정’의 비효율을 제거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구상은 “관료 조직만 새로 얹는 옥상옥 행정”이라는 주민들의 냉소적 반응을 넘지 못했다. 통합 후 중심지의 세원이 주변부로 분산될 것을 우려한 오사카 시 시민들과, 반대로 통합 후에도 여전히 소외를 걱정한 주변 지역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실패했다. 특히 행정 서비스의 질적 저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한 채 정치적 낙관론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TK 행정통합 과정에서 나타난 반대여론(경북 북부권의 소외론, 대구 중심의 ‘빨대 효과’)과 비슷한 우려가 ‘오사카도’ 추진에서도 재연된 것이다.
류형철 경북연구원 대구경북 행정통합 TF팀장이 최근 열린 한국행정학회 세미나에서 “행정통합이 조직을 키우는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정책 실행력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며 “프랑스 사례처럼 산업정책과 투자 유치 권한을 법률로 명확히 넘기고 국세 일부를 이양해 자체 재원을 확보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 말을 뒤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류 팀장은 “여기에 중앙정부와 기초지자체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통합이 실제 경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