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IST 화학물리학과 서상원 교수 연구팀이 의약품의 핵심 골격을 원하는 형태로 정밀하게 조립할 수 있는 촉매 기술을 개발하며 신약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비교적 저렴하고 풍부한 금속인 니켈(Ni)을 활용해, 특정 ‘거울상 이성질체’만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화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Angewandte Chemie-International Edition에 게재됐다.
거울상 이성질체는 같은 원자로 구성돼 있지만 공간 구조가 서로 겹치지 않는 분자를 의미한다. 이는 왼손과 오른손처럼 형태는 유사하지만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특징을 가진다.
특히 인체 단백질은 특정 방향의 구조만 인식하기 때문에, 약물 역시 올바른 거울상 구조를 가져야 치료 효과를 발휘한다. 반면 반대 구조는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원하는 형태만을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다양한 신약 후보 물질과 천연물에 널리 존재하는 ‘베타-메틸렌 카보닐’ 골격에 주목했다. 해당 구조는 의약 화학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특정 거울상 형태를 부여하는 기술은 그동안 제한적이었다. 기존 방식은 강한 염기 사용이나 복잡한 보조 물질이 필요해 공정이 까다롭고 효율이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니켈 기반 촉매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했다. 이 촉매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알카인과 카보닐 화합물을 직접 반응시켜 원하는 구조를 형성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분자가 특정 위치에서 결합하도록 하는 ‘위치 선택성’과 단 하나의 거울상 구조만 생성하는 ‘거울상 선택성’을 동시에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기술은 복잡한 분자 구조나 다양한 작용기가 포함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실제 의약품 구조 변형과 천연물 합성 과정에서도 높은 효율을 입증했다. 또한 연구팀은 밀도범함수이론(DFT) 기반 계산을 통해 니켈 촉매가 분자의 결합과 입체 구조를 제어하는 원리까지 규명했다.
서상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까다로웠던 베타-메틸렌 카보닐 화합물 합성을 저렴한 니켈 촉매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입체 선택적 합성 연구와 신약 개발, 정밀 화학 산업 전반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