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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힘 정도가 완벽합니다”⋯포항고 급식실에 나타난 ‘강철 요리사’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6-03-29 13:54 게재일 2026-03-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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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 로봇이 양념육이 가득 담긴 사각 바트를 조리대로 옮긴 후 다음 공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지난 23일 오후 2시 포항고등학교 급식실. 560명의 학생이 먹을 석식 메뉴 ‘쯔유 돼지덮밥’ 조리가 시작되자 거대한 로봇 팔이 ‘위잉’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손질된 채소와 양념한 돼지고기를 담은 사각형 바트가 번호 순서대로 조리대 위에 놓이자 로봇은 기다렸다는 듯 이를 하나씩 집어 들었다. 

성인 두 사람이 함께 들어야 할 만큼 묵직한 무게였지만, 로봇 팔은 미동도 없이 바트를 들어 올려 대형 솥 정중앙에 정확히 쏟아부었다.

잠시 뒤, 솥에 달린 회전기가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간장 양념이 밴 돼지고기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갔고 김이 피어오르며 달큰한 냄새가 조리실 안에 퍼졌다.

고기는 탄 곳 하나 없이 일정한 온도에서 고르게 익어갔다.

이 학교에 도입된 로봇 조리기는 메뉴를 선택하면 회전 속도와 방향, 온도를 자동으로 설정한다. 정해진 레시피에 따라 조리하고 재료를 꺼낼 시점도 스스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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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솥에 설치된 회전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며 간장 양념이 밴 돼지고기를 균일하게 익히는 모습.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기술 개발을 맡은 윤병남(37) 뉴로메카 매니저는 “급식 현장은 고령 종사자가 많은 만큼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에 초점을 맞췄다”며 “원격 모니터링과 즉시 제어 기능으로 숙련도 차이를 줄였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조리실 환경이다. 튀김과 볶음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 입자와 유해 가스(조리 흄)는 그동안 조리 종사자들의 건강을 위협해 왔다.

손미정(59) 영양교사는 “뜨거운 불 앞에서 재료를 기름에 튀겨야 하는 날이면 조리원들이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하곤 했는데 로봇 도입 이후 업무 강도는 줄고 공기는 쾌적해졌다”고 설명했다.

베테랑 정미향(53) 조리사는 로봇을 ‘든든한 막내’라고 불렀다.

정 씨는 “처음엔 기계 조작이 서툴러 고장이라도 날까 두려웠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직접 써보니 어깨와 손목 통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수프처럼 한참 저어야 하는 메뉴를 로봇에 맡기고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사람과의 협업을 고려한 안전장치도 갖췄다. 로봇 주위에 안전 공간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센서가 사람의 접근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속도를 늦추거나 즉시 동작을 멈추도록 설계됐다.

이날 돼지덮밥을 한술 크게 뜬 3학년 이모 군은 “로봇이 만들었다고 해서 신기했는데 고기가 골고루 잘 익고 간도 딱 맞아 정말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옆에 있던 친구들도 “튀김이나 볶음 메뉴는 항상 맛이 일정해서 좋다”고 입을 모았다.

진재서(60) 포항고 교장은 “로봇 조리기는 메뉴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되며 근무 환경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며 “포항고가 선진적인 급식 문화를 선도하는 표준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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