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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공사 고령지사, 핵심 기능 내려놓고 예산만 챙겼나

전병휴 기자
등록일 2026-03-29 12:28 게재일 202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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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촌공사 고령지사(이하 공사)가 농업용 수문 관리권을 고령군에 반납한 배경으로 ‘인력 부족’을 내세우면서 공공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농업 기반시설을 총괄 관리해야 할 기관이 핵심 기능을 내려놓은 것이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해 안영용 당시 고령지사장 재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문 관리 업무를 포기하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현재의 ‘이원화 구조’가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안 전 지사장이 고령군 쌍림면 출신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 반발은 더욱 거세다. 지역 농민들은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 오히려 핵심 관리 기능을 내려놓았다”며 “농민의 어려움을 헤아려야 할 위치에 있던 사람이 결과적으로 지역을 외면한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공사 측은 내부 인력 여건과 업무 부담 등을 이유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수문 관리는 농업용수 관리의 핵심 기능으로, 단순 업무 조정 차원을 넘어서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한 농업인은 “농어촌공사는 농업 기반시설을 관리하라고 있는 기관인데 가장 중요한 수문 관리까지 내려놓는다면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선택적 책임’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위험성과 책임이 따르는 현장 관리 업무는 지자체에 넘기면서, 공사는 기존 사업과 운영 기능은 유지하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서는 “이익이 발생하는 사업은 유지하면서 책임이 큰 업무는 내려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고령지사는 고령군으로부터 농업기반시설 유지관리 명목으로 연간 약 4억9000만원, 하천 수문 관련 대행사업비 1억3000만원 총 6억2000만원을 지원받아 왔다. 여기에 자연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 2건 739억원, 안림지구 배수개선사업 94억원 등 대규모 위탁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안림지구 배수개선사업의 경우 전체 사업비 94억원 중 42억원이 지난해 고령군에 의해 회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업 추진의 적정성 논란까지 더해지고 있다. 수백억 원 규모 사업은 수행하면서 정작 현장 핵심 관리 기능은 내려놓는 모습에 대해 “책임과 권한이 따로 논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한 인력 부족이 문제라면 해결 방향은 업무 축소가 아닌 인력 보강이나 조직 재편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다. 유사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 농업 기반시설 관리 체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는 ‘효율’이 아니라 ‘공공성’에 있다. 인력 부족이라는 이유가 그 본질을 흔드는 명분이 될 수 있는지, 이제는 분명한 답이 요구되고 있다.

 /전병휴기자 kr583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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