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텃밭’인 대구 지방선거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국민의힘은 급락한 정당 지지율과 대구시장 공천 파동으로 수렁에 빠져 있는 반면,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등판시켜 ‘여당 프리미엄’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기세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북만 빼고 완승을 꿈꾸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24일 “김 전 총리가 2016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겪고 당선되는 이변을 만든 바 있다”며 “국민의힘에 대한 피로감에다 여당 프리미엄과 김 전 총리의 개인기까지 더해지면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힘 있는 여당 후보론’를 앞세워 보수의 텃밭인 대구에서 승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민주당은 TK에 대한 대대적인 공략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전 총리가 당에 ‘대구를 위한 답을 가져오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험지 중의 험지인 대구에 나가는 후보를 빈손으로 보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당이 대구공항 이전 등 지역현안을 해결할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는 것은 배려”라고 밝혔다.
보수의 안방역할을 해왔던 대구가 이처럼 정치적 위기에 놓인 것은 국민의힘 내분 탓이 크다. 국민의힘은 대구시장 공천 과정에서 ‘중진의원 컷오프’, ‘특정인사 낙점설’ 등으로 몸살을 앓았고, 이로인해 지역민들이 국민의힘을 외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여론조사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다. 다양한 여론조사에서 김 전 총리가 대구시장 다자대결 구도에서 앞서고 있고, 국민의힘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도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일 한국갤럽이 공개한 ‘지방선거 결과 기대 조사’에서 TK지역의 ‘여당 승리론’은 36%, ‘야당 승리론’은 38%로 나왔다. 특히 모름·무응답이 26%에 이르는 점은 대구가 더 이상 국민의힘 텃밭이 아닐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민주당이 대구시장까지 넘보는 상황이 되자 국민의힘에서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구의원들은 “현장 민심은 더 심각하다. 후보들이 빨간 옷만 입고 나가도 ‘다들 정신 차려라’고 불호령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며 대구민심을 전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이 김 전 총리의 중량감에 맞설 확실한 카드와 정책 보따리를 내놓지 못한다면 안방인 대구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우려했다.
특히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 과정에 드러난 경쟁자들 간의 ‘갈등’도 패배 요인으로 꼽힌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경선과정에서 특정 후보들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 본선에 오른 후보들을 적극 지원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다면 민주당 대구시장이 탄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대로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보수정서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침묵하는 보수세력이 결집하면 TK는 물론 영남권 전역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총리의 대구시장 출마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들은 ‘김부겸 견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추경호(대구 달성) 의원은 “수년 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경기도 양평에서 전원생활을 즐기고 계시던 분을 대구시민 앞에 다시 세우겠다는 집권당의 행태를 시민들께서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두렵지도 않느냐”고 비판했고, 유영하(대구 달서갑) 의원도 “TK 신공항에 기부 대 양여가 아니라 국가 재정 투입하자고 할 때 한 번 귀도 기울여주지 않고 TK 통합에 어거지를 써서 안 해놓고 누가(김부겸) 오니 해준다? 굉장히 자존심 건드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