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육아 지원금’ 보험료에 얹어 징수 “왜 싱글이 부담하나” SNS서 비판 확산
일본 정부가 저출산 대책 재원 마련을 위해 도입하는 ‘아동·육아 지원금’을 둘러싸고 이른바 ‘독신세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14일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4월부터 의료보험료에 ‘아동·육아 지원금’을 추가 징수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저출산 대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연소득 600만엔 수준의 직장인 기준으로 매달 약 600엔 정도를 추가 부담하게 된다. 문제는 자녀가 없는 사람이나 이미 자녀 양육을 마친 고령층도 동일하게 부담 대상이라는 점이다. 반면 실제 혜택은 아동수당 등 자녀가 있는 가구에 집중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 때문에 일본 SNS에서는 해당 제도를 ‘독신세(싱글세)’라고 부르며 비판하는 게시글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이와 육아 가정을 사회 전체가 함께 지원하는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국민 이해는 충분히 확산되지 못한 상태다.
이번 제도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2023년 제시한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의 핵심 재원 조달 방식이다. 당시 정부는 약 3조6000억엔 규모의 정책 재원을 마련하면서 증세에 대한 반발을 고려해 의료보험료에 추가 부과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정부는 사회보장 지출 개혁 등을 통해 부담 증가가 상쇄될 것이라며 ‘실질 부담 제로’라는 표현도 사용했지만 제도 구조가 복잡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본 지자체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구마가이 도시히토 지바현 지사는 “부담이 실제로 발생하는 만큼 ‘실질 부담 제로’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며 정부의 설명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이 단순한 세금 논란이 아니라 “누가 아이를 키우는 사회적 책임을 부담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정책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일본 정치권에서는 과거에도 ‘아이를 사회가 키우느냐, 가족이 책임지느냐’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져 왔다.
2009년 민주당 정권은 소득과 관계없이 지급하는 아동수당 제도를 추진했지만, 당시 야당이던 자민당은 “육아 책임은 기본적으로 가족이 맡아야 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후 자민당 정권에서도 정책 방향은 변화했다. 아베 신조 정권은 2019년 3~5세 유아교육 무상화를 실시했고, 기시다 정권은 2024년 아동수당 소득 제한을 폐지했다.
그러나 정책 확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출산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일본의 2024년 합계출산율은 1.15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정책 자체보다 재원 조달 방식과 사회적 합의 부족이 갈등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의미와 사회적 필요성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것이 갈등을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