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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포줄다리기 유래담에 담긴 의미

등록일 2026-03-12 16:11 게재일 2026-03-1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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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원 동해안민속문화연구소장

바닷가의 조그마한 마을인 포항시 남구 장기면 모포 2리(칠전 마을)에서는 오래 전부터 매년 추석에 이른바 ‘모포줄’로 명명된 줄로 줄다리기를 한다. 모포 줄다리기의 유래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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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산 아래에 위치한 모포리 전경. /박창원 동해안민속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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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포줄이 보관된 마을제당. /박창원 동해안민속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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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포줄. /국가유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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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의 모포 줄다리기. /안진생 제공

옛날 장기현감의 꿈에 뇌성산에서 한 장군이 용마를 타고 내려와서 장군정에서 우물을 마시고 하는 말이 “이곳은 만인이 밟아 주면 마을이 번창하고 태평하며 재앙이 없을 것이다.”하고 사라졌다. 이 일이 있은 후로 땅을 밟아 주기 위해서 줄다리기를 시작했고, 현몽한 날이 추석 다음 날인 8월 16일(음)이기에 매년 이 때가 되면 줄다리기를 하게 되었다 한다.

이 줄다리기의 유래담에는 모포리에서 줄다리기를 시작한 동기가 잘 설명돼 있는데, 그 내용을 분석해 보면 몇 가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줄다리기의 시작은 마을을 편안하게 하고, 번창시키겠다는, 즉 고을 수령이 민심 수습의 차원에서 기획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모포는 태풍이나 해일 등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한 해안 마을이다. 유래담의 내용을 미루어 보아 아마 어느 해 극심한 자연재해를 입었고, 큰 어려움에 직면한 모포를 비롯한 장기 고을 백성들의 민심 수습의 필요를 느낀 현감이 자신의 현몽을 내세워 줄다리기를 제의하면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본다.

둘째, 현몽의 주인공이 현감이라는 점은 모포줄다리리가 처음부터 이 마을에 한정되지 않고 장기 고을 전체의 축제로 시작했음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실제로 모포 줄다리기는 모포리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장기면민, 북쪽의 구룡포읍, 남쪽의 월성군 주민들도 참여하는 대규모 축제였다.

셋째, 장군과 용마(龍馬)의 관계이다. 장군(장수)과 용마는 아기장수 전설에 많이 등장하는 모티프로 아기장수가 나면 장수를 태워 다닐 용마가 반드시 등장하게 돼 있다. 용마는 용의 머리에 말의 몸을 하고 있다는 전설상의 동물로 장차 장수가 타고 다닐 신성한 말이다. 그러나 보통 아기장수 전설에서는 보통 아기장수가 죽게 되고, 용마도 어디로 사라진다는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포항시 신광면 냉수리 마주마을 전설에 등장하는 아기장수는 태어나자마자 선반 위에 올라가기도 하고, 벽을 타는가 하면,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 있었다고 한다. 이에 놀란 어머니가 친지들과 의논하니, 이는 분명 아기장군이며, 민가에서 장군이 나면 역모죄를 뒤집어쓸 염려가 있다며 싹이 자라기 전에 달라야 한다고 했다. 어머니와 가족들은 할 수 없이 아기가 잠든 사이 배 위에 콩 두 섬을 올려 눌러 죽이게 된다. 그러자 마을 뒷산에서 용마가 사흘간 울다가 날아갔다.

갓난아기가 선반 위에 오르거나 날개가 달려 있다는 것은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비범한 능력을 가진 아기장수가 태어나지만 그 비범함 때문에 뒷감당을 두려워한 민중들은 아기장수를 결국 죽이게 되고, 주인 잃은 용마가 울면서 그곳을 떠난다는 비극적인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모포줄다리기의 유래담에서는 아기장수의 출생담은 생략된 채 성인이 된 장수가 용마를 타고 산 아래로 내려와 현감에게 땅을 밟아 주라는 계시를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 설화가 여느 아기장수 이야기에서처럼 장수의 죽음과 용마의 이거(移居)라는 비극적 결말이 아닌 현감의 꿈을 통해 고을의 번영과 태평을 기원하는 형태로 전개된 것은, 이 모포 줄다리기를 장기현감이 기획하면서 설화도 윤색됐을 가능성을 짐작하게 한다.

이 유래담에서 뇌성산 장군은 이 마을 공동체 신앙의 신격(神格)으로 이해된다. 마을을 지켜 주는 뒷산인 뇌성산에서 내려왔고, 마을의 번영과 안녕을 위한 처방까지 해 주었기 때문이다. 장군이 산 아래로 내려와서는 장군정의 물을 마시는데, 장군정은 오래전부터 동제 때 제수용으로 사용되어 온 신성한 물로 신격만이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후에 장군의 계시에 의해 줄다리기를 하게 되고, 줄다리기를 위해 만든 줄이 영구 보존되면서 마을제당의 신체(神體)로 인식되어 매년 동제 때, 그리고 줄을 꺼내는 줄제 때 제사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뇌성산 장군은 칠전마을의 골매기로 줄로 형상화되어 있는 셈이다.

넷째, 땅을 밟는다는 말의 민속적 의미이다. 땅을 밟아 주면 좋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세시풍속의 대표적인 예는 지신밟기다. 지신은 집터와 가정을 지켜주는 신을 말하며, 지신을 밟는다는 것은 집 안 곳곳에 좌정하고 있는 지신이 함부로 발동하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풍물과 축원 등으로 지신을 위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신밟기는 고사소리와 풍물놀이를 통하여 지신을 진정시킴으로써 마을과 가정의 평안을 빌며 마을과 각 가정을 축제적 공간이 되게 한다는 데 목적을 둔다. 땅을 밟는 세시풍속으로 대부분의 마을에서 행하고 있는 지신밟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마을에서 굳이 줄다리기를 하게 된 것은 줄다리기에는 마을 풍물패에 의한 지신밟기를 비롯한 다양한 놀이가 포함되고, 많은 인원이 동원되는 점에서 땅을 밟을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창원 동해안민속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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