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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해9경에 ‘흥해농요’를 더해, 10경으로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6-03-26 15:53 게재일 2026-03-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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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원 동해안민속문화연구소장

옛 선비들은 풍광이 빼어난 곳을 유람하거나 머물면서 그곳의 승경을 일정한 수로 묶어 소개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팔경(八景)으로 관동팔경, 단양팔경이 그러한 예이다. 이들 승경은 아름다운 경관의 대명사이자 그 지역 자연경관의 정수를 나타낸다. 


팔경의 유래는 중국의 소상팔경(瀟湘八景)에서 비롯되었다. 중국에서 8경이 탄생한 것은 중국 사람들이 ‘팔(八)’이라는 숫자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소상팔경은 송나라 때 중국 명승지 호남성 동정호 남쪽 언덕 양쯔강 중류 소수(瀟水)와 상강(湘江)이 합쳐지는 지역의 아름다운 경치 8곳을 말하는 것으로 산시청람[山市晴嵐, 아지랑이에 싸여 있는 산시(山市)], 연사모종[煙寺暮鐘, 연무(煙霧)에 잠긴 절에서 울리는 저녁 종소리], 소상야우[瀟湘夜雨, 소상강에 밤비 내리는 장면], 원포귀범[遠浦歸帆, 먼 포구로 돌아가는 돛단배], 평사낙안[平沙落雁, 평평한 모래밭에 기러기떼가 내려앉는 장면], 동정추월[洞庭秋月, 동정호에 비친 가을달], 어촌낙조[漁村落照, 저녁놀이 붉게 물든 어촌의 풍경], 강천모설[江天暮雪, 저녁눈이 강과 산을 뒤덮고 있는 풍경]을 말한다. 


중국에서 유래된 8경은 우리나라로 건너와 팔경문화를 전국적으로 유행시켰는데, 그에 따라 경북엔 경북팔경, 포항엔 포항팔경이 등장했고, 마을 단위까지 확대되어 지역별로 많은 8경, 9경, 10경을 탄생시켰다. 
포항시 흥해도 마찬가지다. 조선시대 흥해에는 흥해십경(興海十景)이 있었다. 흥해군수 류세무(柳世茂,1524~1588)가 선정한 흥해10경은 동해조돈[東海朝暾, 동해의 아침 일출], 서산모우[西山暮雨, 서산의 저녁나절에 내리는 비], 남산완월[南山翫月, 남산에 떠오르는 달], 북정송객[北亭送客, 북정(北亭)에서 떠나보내는 나그네], 죽헌매악[竹軒梅蕚, 죽헌(竹軒)의 매화], 봉림순채[鳳林蓴菜, 봉림 마을의 순채(蕙菜, 나물 이름)], 위루망진[危樓望辰, 위루(危樓)에서 바라보는 별], 곡강범주[曲江泛舟, 곡강 어구에 뜬 배], 칠포관어[七浦觀魚, 칠포에서 구경하는 물고기], 천곡심승[泉谷尋僧, 천곡사를 찾아가는 스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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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해9경의 하나인 북천수. 


2022년 흥해 사람들은 사방기념공원, 해오름전망대, 곤륜산 활공장, 칠포리 암각화, 천마지 둘레길, 북천수, 이팝나무 군락지, 영일민속박물관, 도음산 천곡사 등 흥해의 승경 아홉 곳을 흥해9경으로 선정하고, 해마다 그에 따른 문화축제를 하고 있다. ‘흥해9경 문화축제’는 흥해의 관광명소인 9경을 소개하는 행사로 참가자들이 버스를 타고 9경을 직접 방문, 명소를 배경으로 찍은 가족사진을 즉석에서 인화하는 체험행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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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해9경의 하나인 이팝나무 군락지.


하지만 흥해9경을 보면서 필자는 흥해의 자랑인 흥해농요가 빠졌다는 데서 아쉬움을 느낀다. 흥해농요는 옛날 동해안 최대의 곡창지대인 흥해의 넓은 들판에서 흥해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함께 동작을 맞추고 지루함을 달래면서 불렀던 노래로 최근 (사)흥해농요보존회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경상북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흥해의 큰 자랑거리다.
흥해의 아름다운 경치를 논할 때는 흥해농요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농요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경치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조선시대 인근 청하현의 8곳 승경을 담은 해월루팔경(海月樓八景, 청하읍성 내 해월루에서 바라보는 8경)에는 봉송효월[鳳松曉月, 봉송정(鳳松亭)의 새벽달), 용수만하[龍峀晩霞, 용산의 저녁 안개], 조경노도[釣鯨怒濤, 조경대(釣鯨臺)의 성난 파도], 학봉귀운[鶴峯歸雲, 호학봉(呼鶴峯)으로 돌아가는 구름], 상평목적[上坪牧笛, 상평들 목동들의 피리소리], 개포어요[介浦漁謠, 개포(월포)의 고기잡이 노랫소리], 도산석봉[桃山夕烽, 도리산(桃李山)의 저녁 봉화], 송우촌연[松郵村燃, 송라 역촌의 저녁연기]라 하여 눈에 보이는 경치가 아닌 귀로 듣는 경치인 ‘목동의 피리소리’, ‘고기잡이 노랫소리’도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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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해평야에서 ‘모심는소리’를 재현하는 포항흥해농요보존회.
 


흥해 학천리(鶴川里) 일원의 9가지 승경인 학천구경(鶴川九景)에 도음석조(禱陰夕照), 아미신월(蛾眉新月), 운대조일(雲臺朝日), 오강청풍(梧岡淸風), 향천정화(香泉井花), 백야농가(白野農歌), 산사고종(山寺孤鐘), 한천모연(寒泉暮煙)이 있는데, 여기에도 오강청풍[梧岡淸風, 오강(梧岡)의 맑은 바람], 백야농가[白野農歌, 백야(白野)의 농사짓는 노래], 산사고종(山寺孤鐘, 천곡사(泉谷寺)의 외로운 종소리]처럼 촉각적, 청각적 요소가 들어 있다. 특히 농가(農歌), 즉 농요(農謠)가 들어 있음이 눈에 띈다. 이러한 요소들은 시각 위주의 경치를 오감(五感)으로 느끼게 만드는, 경치를 낭만적 분위기로 이끄는 멋진 장치가 된다. 
그러기에 필자는 이 기회에 기존의 흥해9경에다 ‘흥해 농요’를 더해 ‘흥해10경’으로 선정해 줄 것을 제안한다. 초여름 동해안 최대의 곡창지대인 흥해평야에서 농부들이 논마다 물을 그득 잡아놓고, 그곳에서 “이 논바닥에 모모를 심어~”하면서 ‘모심는소리’를 부르는 풍경이야말로 ‘흥해의 진경(眞景)’이 아닐까? 

/박창원 동해안민속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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