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어머니 은혜를 기리기 위해 세웠다는 전설의 암자

등록일 2026-02-24 15:37 게재일 2026-02-25 12면
스크랩버튼
김해 모은암을 찾아서
Second alt text
경남 김해 무척산 깊은 산속에 자리한 모은암의 전경.

가끔은 마음이 먼저 길을 걷는다. 몸보다 앞서 산을 향해가는 날이 있다. 김해 무척산 깊은 품속에 자리한 작은 암자, 모은암(母恩庵)이 그러하다.

모은암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가락국 제2대 도왕이 어머니의 은혜를 기려 절을 세웠다는 이야기, 그리고 허왕후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못 잊어 절을 지었다는 이야기. 서로 다른 듯하지만, 두 이야기는 한 모정(母情)의 품 안에서 맞닿아 있다. 그래서일까. 산길로 오르는 발걸음마다, 어머니의 기운이 살포시 감싸오는 듯하다.

모은암에 오르는 길은 주차장에서부터 약 700m의 시멘트 포장도로로 시작된다. 이내 돌계단이 이어지며 숨을 가쁘게 몰아쉬게 한다. 뒤따르던 두 여인이 어느새 나를 앞질러 올라간다. 승복을 입은 그들의 발걸음은 유난히 가벼워 보이고, 산길조차 그들에게는 부드럽게 느껴진다.

숨이 차 바위에 걸터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생철리의 넓은 들판이 아늑하게 펼쳐져 있다. 평화롭고 잔잔한 풍경이다. 더 쉬면 산길이 무거워질 것 같아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모은암이 눈앞에 다가와도, 계단은 여전히 나를 단련시키듯 가팔랐다. 계단 옆 바위에 다시 한번 앉아 숨을 고르는 순간, 서쪽 너머로 펼쳐진 평야의 고요함이 마음을 적신다.

염불 소리가 산허리를 타고 흘러오더니, 모은암 입구에 닿았다. 절벽은 절을 품듯 조그마한 자리를 내주고 있다. 그 위에 모은암이 있다. 절 마당에 들어서자, 금빛으로 새겨진 ‘극락전’ 현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극락전 문을 조심스레 열고, 안에 모셔진 석조아미타여래좌상 앞에 두 손을 모았다.

작고 단정한 불상은 세월의 먼 길 끝에 앉은 어머니처럼 아담하고 자애롭다. 좌우로는 대세지보살과 관세음보살이 협시하고 있다. 불상은 돌로 조각되었지만, 놀라울 만큼 따스하고 잔잔한 기운을 머금고 있다. 머리와 몸의 비례가 다소 독특하지만, 오히려 그 불균형 속에서 자비로움이 묻어난다. 부처님을 바라보는 순간, 아이처럼 순수하고 맑은 정신이 마음에 번진다. 머릿속 잡념들이 한순간에 정리되었다.

부처님은 가부좌한 두 다리 위에 손등을 위로 올려 양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다. 마치 나와 마주 앉아 설법을 건네는 듯하다. 친근하고 포근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그곳 부처님은 ‘김해 모은암 석조아미타여래좌상’이라 불리며,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극락전 오른편에는 ‘모은암’과 ‘청심당(淸心堂)’이라 적힌 현판이 나란히 걸려 있다. 스님들이 머무는 요사채와 종무소일 것이다. 왼쪽에 있는 모음각 안에는 범종이 걸려 있다. 종의 겉면에는 ‘부모은중경’이 새겨져 있어, 잠시 부모의 크고 깊은 은혜를 생각하게 한다.

극락전 뒤편에는 내 머리가 겨우 닿을 만한 낮은 바위굴이 있다. 굴 안 맨 위에는 석가여래가, 아래로는 부처님의 제자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 역시 부처님 곁의 제자가 되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극락전 앞에는 검은 바위 하나가 사람처럼 편안히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마치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모습 같기도 하다. 엄마의 젖가슴이 떠올라 코끝이 찡했다.

모은암에서 받은 감동은 단순히 산사의 고요함 때문만은 아니다. 그곳에는 어머니의 은혜를 기리기 위해 세웠다는 전설이, 오래된 바람처럼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은 세월을 건너와 지금도 산사의 속삭임 속에 살아 있는 듯하다. 산이 사람을 품듯, 나 또한 누군가의 마음을 품을 수 있을까. 

/김성문 시민기자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