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가 대구·경북 행정통합특별법 추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구시의회 의원들은 23일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한 없는 통합은 빈 껍데기”라며 “졸속 행정통합 강행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은 “2024년 12월 시의회가 동의한 것은 중앙 권한의 실질적 이양과 핵심 특례, 안정적 재정 기반이 법률로 명확히 보장된 통합이었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특별법은 강제 조항과 실질적 권한 이양이 상당 부분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 완화됐다”면서 “우리가 동의한 통합과는 내용이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20조 원 규모의 정부 인센티브가 긴급 재추진의 핵심 동력인데, 정작 법안에는 구체적인 담보 장치가 없다”며 “숫자만 요란한 속 빈 발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통합 이후 광역의회 의원 정수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현재 기준으로 대구 33석, 경북도의회 60석 구조가 유지될 경우 대구의 의사결정권이 구조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의회는 “의회는 단순 자문기구가 아니라 예산과 조례를 의결하는 핵심 기관”이라며 “한 표 차이로 정책과 자원 배분이 갈리는 구조에서 33대 60 체제는 사실상 대구를 매몰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의장단은 인구 비례에 따른 합리적 조정안을 제시했다. 대구(약 235만 명)와 경북(약 260만 명)의 인구 차이가 25만 명 수준에 불과한 만큼, 12석 증·감 조정을 통해 대구 45석, 경북 48석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이다.
이들은 또 통합 과정에서 최소 2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도 제시했다. 통합 시장은 선출하되, 의회는 일정 기간 회계를 분리 운영하면서 점진적으로 통합 구조를 조정하자는 취지다.
의장단에 따르면 지난 12일 집행부와의 협의 과정에서는 “회계는 분리될 수 있다”는 설명이 있었으나, 이후 “올해 6월 말까지만 가능하다”는 입장이 제시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시의회는 “회계만 분리해도 최소 2년에서 4년까지 제도적 조정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며 “유예기간 없이 7월 1일 통합 출범을 강행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합이 외형적 결합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시민의 자치권과 대표성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통합이 될 때까지 책임 있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