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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되지 않은 김 부장들에게

등록일 2026-01-30 13:46 게재일 2026-01-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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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 한동대 교수

바야흐로 지방선거의 해다.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각종 현수막들이 시야를 어지럽힌다. 누구인지 알 수도 없는 지역 정치인들의 문자 세례와 각종 여론조사 전화가 휴대폰을 괴롭힌다. 각자가 ‘준비된 일꾼’, ‘검증된 후보’, ‘지역의 적임자’임을 내세운다. 하지만 그들이 왜 지방선거에 나오려고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대부분이 단기적이고 미시적인 정책들을 나열하지만, 정작 지역의 미래와 장기적 성장 전략에 대한 비전은 제시하지 못한다. 지방선거를 약 4개월 가량 앞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작년 연말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라는 드라마가 화제를 모았다. 많은 직장인들이 극 중 김 부장이라는 캐릭터에 격한 공감을 표했다. 대기업 임원이 되기 위해 평생 직장에서 헌신했지만, 결국 임원이 되지 못하고 조직에서 버림받는 김 부장에 대해 시청자들의 동정 여론이 쏟아졌다. 하지만 냉정하게 이 드라마를 분석해보면 극 중 김 부장은 대기업 임원이라는 자리에 대한 욕망이 있을 뿐, 회사의 장기 전략이나 조직에 대한 통찰력, 그리고 비전을 깊이 고민하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사고방식에 얽매여 있는 꼰대형 리더십으로 그려진다. 그러니 기업 입장에서는 김 부장이 임원을 달지 못한 것이 다행일 수도 있다.

지방선거에도 수많은 김 부장들이 출사표를 던진다. 자신이 지역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는 이야기는 기본이고, 과거의 치적을 열거하면서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어필한다. 물론 그동안 정말 애썼다고 칭찬해주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지역사회의 리더십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갈수록 벌어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양질의 일자리 부족, 청년 인구 감소, 지방 소멸 등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지역의 난제들이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농경시대의 경험이 산업사회에 도움이 될 수 없듯이 지금까지의 경험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미래 성장 전략이다.

비전 없는 지도자가 위험한 이유는 이들이 지역의 장기적 발전과 무관한 일들을 마구잡이로 추진하기 때문이다. 무능력한데 부지런한 리더가 얼마나 최악인지 직장인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드라마 속 김 부장처럼 지역의 리더십들은 언제나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각종 준공식과 행사 참석, 주민 간담회 등 쏟아지는 보도자료로 성과를 연출하는 동안 지역의 미래 비전은 서서히 동력을 잃는다.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지역 청년들의 미래에는 관심이 없고, 당장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지역의 권력 집단과 기성세대들의 입맛에 맞춘 공약들이 난무한다. 그래서 지방에서는 혁신이 어렵다.

준비되지 않은 김 부장들에게 묻고 싶다. AI가 노동을 대체하고, 디지털 플랫폼이 모든 산업을 블랙홀처럼 흡수하는 이 시대에 과연 우리 지역의 미래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상권 활성화’, ‘청년 유입’, ‘기업 유치’ 등 허황된 공약이 아닌, 지역사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궁극적인 체질개선 방안이 비전으로 제시되고 있는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어떤 김 부장을 임원으로 만들어야 할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주재원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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