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생활서비스 공동체 제도화··· 세제는 공동영농·경영안정에 초점 돌봄·의료·교통 확대, 농지 출자 세 부담 완화로 구조 전환 유도
2026년부터 농업·농촌 정책의 실행 방식이 제도적으로 달라진다. 농촌 생활·복지 서비스는 주민 공동체 중심으로 공급 체계가 재편되고, 세제는 공동영농과 농가 경영 안정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손질된다. 정부가 선언한 ‘농정 대전환’이 제도 개선을 통해 현장에 구현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적용되는 제1차 농촌 지역 공동체 기반 경제·사회 서비스 활성화 계획을 시행한다. 핵심은 농촌 생활서비스를 행정이나 시장이 아닌 주민 주도 공동체가 직접 기획·운영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돌봄·의료·교육·생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공동체 수는 2025년 173개에서 2028년 300개로 늘어난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교육·치유 기능을 수행하는 사회적 농장도 같은 기간 133개에서 180개로 확대된다. 공동체 지원 방식은 일률적 정액 지원에서 벗어나 중간 성과 평가 후 차등 지원으로 전환된다.
생활 인프라도 촘촘해진다. 농촌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왕진버스는 2025년 465개 읍·면에서 2028년 800개 읍·면으로 확대된다. 기존 신체 진료 중심에서 재택진료·비대면 정신건강 상담까지 서비스 범위가 넓어진다.
식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농촌형 이동장터도 9곳에서 30곳으로 늘리고, 이동형·주문배달형·교통연계형 등 지역 여건에 맞춘 운영이 가능해진다. 2026년부터는 농번기 새벽·야간에 발생하는 보육 공백을 메우기 위한 ‘틈새 돌봄’ 제도도 시범 도입된다.
농촌 재생과 연계된 제도 개선도 포함됐다. 2026년부터는 빈집 활용 민박과 빈집 정비 사업에 사회적 협동조합 등 공동체 조직의 참여가 허용된다. 농촌 재생 사업에서 민간·공동체 참여를 제한하던 규제를 법 개정으로 풀어, 빈집을 창업·서비스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공무원연금 수급자 등 퇴직 전문 인력을 활용한 ‘시니어 농촌활력단’을 도입해 교통·법률·의료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보강한다.
2026년 1월 1일부터는 농업 분야 세제도 손질된다. 농업용 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영농자녀 농지 증여세 면제, 농어가목돈마련저축 이자소득 비과세 등 14개 국세 특례의 일몰 기한이 2028년까지 3년 연장된다.
가장 큰 변화는 농지를 농업법인에 출자할 때 적용되던 양도소득세 한도 규제 폐지다. 앞으로는 출자 시 세금을 내지 않고, 법인이 해당 농지를 매각할 때 법인세로 과세하는 이월과세가 적용된다. 대규모 농지 출자를 통한 공동영농을 가로막던 세제 장벽을 제거한 것이다.
다만 조합 금융 혜택은 정교화된다. 농협·산림조합 예탁금 이자와 출자금 배당 비과세는 유지하되, 준조합원 중 고소득자(총급여 7000만원 초과)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역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의 법인세 저율 과세도 연장되지만, 당기순이익 20억원 초과분의 세율은 12%에서 15%로 인상된다.
이번 제도 개선의 공통점은 농촌 문제 해결 방식을 행정 주도에서 공동체·시장 결합형으로 바꾼 데 있다. 생활서비스는 주민이 직접 설계하고, 세제는 농업 구조 전환과 경영 안정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렬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2026년 일부 지역에서 시범 사업을 거쳐 성과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은 공동체의 지속성 확보와 지방정부의 실행 역량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