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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5년 새 사라진 경북 청년 6만 명···지역은 왜 선택받지 못했나

이도훈 기자
등록일 2026-01-01 05:45 게재일 2026-01-0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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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으로 향한 청년들, 일자리·기업·정주 여건에서 드러난 구조적 한계
태어나지만 남지 않는 지역… 경북 청년 유출의 원인과 해법을 묻다
청년 순유출이 말하는 경북의 현실과 인구 반등을 가를 정책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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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19~34세 청년 인구는 최근 5년간 6만8000여 명 감소했다. (자료: 국가데이터처 주민등록 인구현황, 그래픽: 이도훈 기자)

경북의 청년 인구 감소는 더 이상 통계 속 경고가 아니다. 최근 5년 사이 경북에서 줄어든 청년은 약 6만 명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청년 인구 순유입이 이어졌지만, 경북은 정반대의 흐름이 굳어졌다. 청년이 떠나는 지역에서 산업과 공동체, 행정의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청년 인구 감소는 출생률 저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경북의 경우 ‘태어나지만 남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지역에서 성장한 청년들이 대학 진학과 취업을 계기로 떠나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흐름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인구 문제의 표면 아래에는 지역이 제공하지 못한 일자리와 기회, 그리고 삶의 조건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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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인구 감소가 이어지며 안동 시내 한 상권에서 상가 공실이 눈에 띄고 있다. /이도훈 기자

◇ 수도권은 빨아들이고, 경북은 내보내는 구조

청년 인구 이동의 방향은 해마다 더 선명해지고 있다. 수도권은 일자리와 교육, 산업 기회가 결합되며 청년층 순유입이 지속되는 반면, 경북은 청년 유출 흐름이 고착화됐다. 최근 몇 년간 경북에서 빠져나간 청년 인구는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으로 누적되고 있다.

이동의 출발점은 대학 진학이다. 경북 지역 청년 상당수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수도권 대학으로 향하고, 이 가운데 다수는 졸업 이후에도 지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취업과 정착이 수도권에서 이어지면서 경북은 인구 유출의 ‘중간 기착지’에 머무는 구조가 됐다.

이 흐름은 특정 시군이나 일부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 제조업 기반 산업단지를 보유한 도시부터 농촌 지역까지 전반적으로 청년 인구 감소가 나타난다. 산업시설이 존재하더라도 청년 고용으로 직결되지 않거나, 근무 이후의 삶을 설계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겹치면서 유입 효과는 제한적이다.

청년 인구 유출은 단순한 숫자의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 인구 감소는 지역 상권 위축으로 이어지고, 노동력 축소는 기업 활동과 신규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교육·문화 인프라 역시 유지 동력을 잃으며 악순환이 반복된다. 청년 인구 이동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지역에는 장기적인 체력 저하로 남는다.

이 같은 구조가 지속될 경우 경북은 인구 감소를 넘어 지역 기능 자체가 약화되는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년 유출은 단순한 인구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잠식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포항시 북구 청하면 월포역에 정차한 ITX-마음 열차 전경. 지역을 오가는 이동 흐름 속에서 청년 인구 유출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경북매일신문 DB

◇ 자라지만 남지 않는 지역, ‘경북에서의 삶’은 왜 선택되지 않나

경북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단순히 일자리가 없어서라기보다, 지역에서 살아갈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리기 어렵다는 인식이 누적된 결과에 가깝다. 교육과 취업, 주거와 문화 전반에서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경험이 청년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대학 진학 이후 경험하는 격차는 특히 크다. 수도권에서 접하는 다양한 산업군과 직무, 폭넓은 네트워크는 다시 지역으로 돌아갈 유인을 약화시킨다. 경북으로 돌아올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직무와 경력 경로가 제한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지역 기업 구조 역시 청년의 기대와 간극이 있다.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수준, 제한적인 직무 이동성은 장기적인 경력 설계를 어렵게 만든다. 취업 이후의 성장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청년 정착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생활 환경도 중요한 요소다. 문화·여가 공간의 부족, 대중교통과 생활 편의시설의 한계, 주거 선택 폭의 제약은 일상적인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청년에게 지역은 단순히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살고 싶은 곳’이어야 하지만, 경북은 아직 그 조건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청년 유출은 개인의 의지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이 제공하지 못한 구조적 조건의 결과다. 청년들이 떠나는 이유를 개인 선택으로만 설명할 경우,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계속 어긋날 수밖에 없다.

구직자들이 몰린 ‘2025 포항 일자리 박람회’ 현장. 청년층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찾는 수요는 크지만,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매일신문 DB

◇ 인구 감소의 본질은 일자리·기업·기회의 문제

경북 청년 인구 감소의 핵심에는 산업과 경제 구조의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청년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지역 기업은 성장과 확장의 기회를 찾기 어려운 구조다. 이로 인해 기업은 외부로 빠져나가거나 투자를 주저하고, 그 결과 청년 유출이 가속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일자리는 단순한 고용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이 지역에 남기 위해서는 직무 다양성과 성장 가능성, 이동 경로가 함께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경북에서는 취업 이후의 경력 확장이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는 지역 정착을 가로막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경북도와 시군이 주거 지원, 청년 수당, 단기 일자리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이러한 접근만으로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산업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인구 정책은 보조 수단에 머물 수밖에 없다.

특히 창업과 신산업 분야에서 수도권과의 격차는 뚜렷하다. 자본과 인재, 정보와 네트워크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에서는 개별 기업이나 청년이 홀로 감당해야 할 부담이 크다. 실패 이후 재도전할 수 있는 구조가 취약하다는 점도 청년 유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를 결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산업과 기회 구조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일자리와 기업 생태계를 만들지 못한다면, 어떤 인구 정책도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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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책 행사에 참여한 청년들과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북이 청년이 돌아올 수 있는 조건을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인구 반등의 관건으로 꼽힌다. /경북청년창업지원센터 제공

◇ 청년이 돌아오는 조건, 경북의 인구 반등 전략은 가능한가

이 같은 구조적 위기에 대응해 경북도는 내년 인구 정책의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 단기 지원 중심에서 벗어나 저출생 대응과 청년 정착, 지역 활력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전략이다. 관련 예산은 올해보다 확대하고, 과제 수는 체감 효과를 중심으로 압축해 정책의 밀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내년 정책의 특징은 청년 문제를 인구 관리가 아닌 지역 경쟁력의 문제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청년 일자리와 주거, 교육과 정주 환경을 개별 사업이 아닌 연계된 구조로 설계하고, 지역 기업과의 연결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단순 지원금 확대보다 지역에서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무게를 둔 셈이다.

다만 정책의 성패는 실행 단계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산업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인구 정책만으로 청년 유출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청년 정책과 기업 유치, 산업 전략이 동시에 작동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청년을 붙잡기 위한 정책보다 청년이 선택할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번 떠난 청년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것 역시 현실적인 과제로 꼽힌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대학과 산업의 연계,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 생활권 단위 정주 환경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에 미래는 없다. 경북의 청년 6만 명 감소는 이미 시작된 미래의 단면이다. 내년 인구 정책은 그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경북이 다시 선택받는 지역이 될 수 있을지, 답은 정책의 방향보다 현장에서의 변화로 증명될 수밖에 없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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