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전형필’ 선생의 장손인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이 사기 혐의로 피소돼 오는 11일 경찰조사를 받는다.
전 관장은 자신이 지난해 8월 주최한 전시회에 참여한 제작사 4곳으로부터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혐의로 지난 10월 고소당했다.
해당 전시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디디피)에서 열린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 전시회로, 간송미술관이나 간송재단이 아닌, 전 관장의 개인사업자 법인인 ‘KMM아트컨설팅’을 통해 진행됐다.
이 전시회는 신윤복의 미인도와 추사 김정희의 글씨, 훈민정음해례본 등 우리나라 고미술 작품들을 미디어아트트로 재탄생시킨 전시로, 제작업체들은 전시회에서 전시된 미디어아트 작품을 납품했다.
총 계약금액은 약 16억 5000만원인데, 이중 13억 5000만원이 미지급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들은 전 관장이 정산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음에도 무리하게 전시를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전 관장을 상대로 2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으며 전 관장이 일가와 함께 소유하고 있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에 가압류를 신청해,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현재 대구 간송미술관에 전시돼있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이 극대화한 보물(국보 68호)로 평가받는다.
이와 관련해 전 관장은 5일 입장문을 통해 “전시는 오픈 당시 호평과 함께 큰 기대를 모았으나, 예상치못한 국내 정치상황(계엄사태)로 인해 내국인과 외국인 관람객이 급감해 손익 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큰 손실을 입은채 전시회가 종료됐다”며 “이에 따라 KMM 재정이 악화돼 지급이 지연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업체들이 ‘청자상감운학문매병’에 가압류 신청을 한 것을 두고는 “충분한 자산에 대한 가압류 이후에도 굳이 문화유산보호법에 의해 보호되고 관리되는 지정문화재까지 채무변제 압박의 목적으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은 변제수단을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신청한 가처분 이의신청 및 정지 신청이 법원에 의해 속히 받아들여져서 이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도와는 달리 간송미술관의 소장품을 소재로 한 미디어 전시회를 성공시키지 못하고, 민사소송으로 인해 관장의 직위를 가진 제가 간송미술관의 전통과 명예에 흠집을 내게 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성실하게 조사에 임해 오해가 해소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간송미술관은 전 관장의 조부인 간송 전형필 선생이 설립한 국내 최초 사립 미술관이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