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부터 격화된 중국과 일본 간 외교 갈등이 관광 수요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일본을 목적지로 삼았던 중국인 단체·개별 여행객과 크루즈 노선 일부가 일본을 피하고 한국으로 향하거나 체류 일정을 연장하고 있다.
일본 매체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중국의 항공사들은 12월에 운항할 예정이었던 일본행 노선 5548편 중 16%인 904편의 운항을 중단했다. 중국과 일본 간의 항공편 노선은 172개 였지만 이중 72개 노선이 취소됐다.
항공권 시장에서도 일본행 수요의 급감과 환불 사례가 보고됐다. 일부 중국 항공사들이 일본행 노선에 대해 환불을 실시하거나 판매를 중단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크루즈 일정 변경이다. 5,000여 명을 태운 것으로 알려진 아도라 매직 시티(Adora Magic City)호 등 일부 중국계 크루즈가 후쿠오카·나가사키·사세보 등 일본 항만 기항을 취소하고 대신 제주 체류 시간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재편했다.
현장에서는 항만 에이전시와 여행사들이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대응하느라 분주했다. 제주는 추가 체류에 따른 관광 상품(섬 투어·레저·쇼핑)과 숙박 수요가 급증했고, 부산·인천 항만도 대체 기항지로서 루트 협의가 진행 중이다. 크루즈 일정 변경은 곧바로 지역 경제의 실수요(식음료·교통·체험관광 등)로 이어진다.
대한항공·아시아나 등 한국 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들이 중국–한국 노선 증편을 검토하거나 임시 좌석 공급을 늘리고, 국내 여행사들은 중국발 패키지·크루즈 연계 상품을 긴급히 편성하고 있다. 증시에서도 관련 업종(여행사·항공·호텔) 주가가 촉각을 세우며 변동을 보였다. 한편 항만·관광 관계자들은 환승·검역·비자 절차 간소화 등 실무적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여행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중국발 관광객 일부가 한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크다고 보지만, 장기화되면 역내 정치·안보 리스크가 커져 결국 관광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중국 정부의 ‘여행 권고’나 자국 여행사의 정책에 따라 수요가 다시 급격히 바뀔 수 있어, 지금의 수혜를 과도하게 낙관하기는 위험하다. 과거에도 정치적 갈등은 단기적 관광 흐름을 뒤흔든 바 있으며이번 사례도 정치 변수에 매우 민감하다.
전문가들은 “크루즈 일정 변경과 항공 수요 이동이라는 실사례는 한국 관광에게 즉시적 기회를 제공하지만 기회를 경제적 성과로 전환하려면 단기적 수요 대응을 넘어선 전략이 필요하다”며 “항공, 크루즈 숙박 등의 제반 수용태세를 점검해야 실질적 경제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