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열발전부지 지하의 미세한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시추공 내부에 설치했다가 고장 난 심부지진계를 대신하는 새로운 심부지진계가 5일 재설치됐다. 영국산 대신 미국산으로 바뀐 심부지진계에 감지된 신호는 8일부터 기상청 등 관련 기관으로 전송된다.
5일 오전 찾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 심부지진계 재설치 현장에서는 길이 2m, 무게 40㎏의 심부지진계가 크레인 와이어와 이어진 녹색 케이블에 매달려 있었다. 녹색 케이블 안에는 스탠와이어, 전원·신호·전력선, 지진 감지를 위한 3축 센서 등 여섯 가닥이 정밀하게 구성돼 있었다. 케이블 풀링기의 모터가 돌아가자 미국 ASIR사의 설치 전문가 2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진계가 지열 시추공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다.
2세트의 심부지진계는 1100m와 550m 심도에 차례로 설치됐다. 나머지 1세트는 예비품으로 확보해 고장 때 즉시 교체가 가능하도록 했다.
김기석 희송지오텍 대표이사는 “2022년 5월 설치한 심부지진계의 고장 원인 중 하나가 심부의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인한 열 손상이었다”며 “이번에는 단열 처리를 강화하고 온도가 낮은 구간에 분산 설치해 안정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경주에서도 같은 모델을 운용 중이어서 신뢰도가 높다”며 “이번 설치 경험을 통해 국내에서도 심부지진계 유지보수를 직접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임종백 포항지진피해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5일 주민설명회에서 “특히 시뮬레이션 없는 지진계 재설치는 무책임하다. 고장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라면서 “시민들이 불안하지 않게 모든 데이터를 포항시민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기석 대표는 “심부지진계 재설치는 기존 문제를 철저히 검증하고 보완하기 위한 절차이며, 설치 전 단계부터 외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장비 사양, 열·압력 조건, 신호 전송 안정성 등을 시뮬레이션 검토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 불안을 줄이기 위해 관측 데이터의 투명한 공개 방안도 협의 중이며, 향후 포항에서도 시민들이 주요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에서 제작한 심부지진계는 2022년 5월 지하 500m, 780m, 1400m에 총 3개가 설치됐다. 그러나 이듬해 7월 심부지진계 전체가 고장 나면서 2개월 뒤 모두 인양됐고 지난해 3월에는 고장 난 심부지진계 수리 불가 통보를 받았다. 시추공 내부 온도가 최고 65.8도까지 상승하면서 전자 장비의 손상이 불가피했고, 전문가 자문 결과 수리 후 재설치는 곤란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