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CEO서밋 특별연설 29일 한미·11월 1일 한중 회담 ‘북미 대화’ 성사 가능성도 남아
‘정상외교 슈퍼위크’를 맞아 이재명 대통령(사진)이 세계 주요국의 정상과 릴레이 실용외교를 펼친다.
경주 APEC 정상회의는 세계 외교·통상·안보 지형을 바꾸는 빅 이벤트일 뿐 아니라, 새 정부 출범 후 우리나라에서 치르는 첫 국제 다자회의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도 시험대에 오른다. 미·중·일 등 21개국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이번 APEC은 양국간, 혹은 다자간 외교 현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29일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개막식에서 특별 연설을 하는 것으로 경주 일정을 시작한다. 이 기간에 29일 한미 정상회담과 11월 1일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한일 정상회담도 30일께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미중 정상회담도 30일 열릴 것으로 예상되며, 북미 대화가 급속히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통령 앞에 놓인 일정 중 하이라이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각각 가질 양자 정상회담이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마주 앉는 테이블 위에는 마무리되지 못한 관세협상이란 숙제가 있다. 3500억달러 대미(對美)투자펀드의 구체적 내용을 비롯해 미국산 무기 구입·국방비 증액 등 동맹현대화,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등이 회담 의제로 거론된다. 특히 투자펀드의 투자 기간과 방식, 수익 배분 등에 대한 이견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APEC 회담에서 ‘문서화’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고위 협상단이 연쇄 방미해 막바지 접점 찾기를 시도했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타결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 대통령은 최근 공개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 방식, 투자 금액, 시간표, 우리가 어떻게 손실을 공유하고 배당을 나눌지 이 모든 게 여전히 쟁점”이라고 말했다.
내달 1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시 주석 방한은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정부는 시 주석의 APEC 계기 방한을 한중 관계 개선의 전환점으로 보고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이 차기 APEC 정상회의 의장직을 인계받기도 하는 만큼 기본적인 정상회담의 초점은 우호 협력 관계의 지속에 놓일 것으로 관측되지만, 한편으로 중국은 미중 대결 구도 속에서 한미 간 밀착 견제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앞서 8월 방미에서 “과거의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각각 의존하는 상태)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공언한 바 있다.
오는 30일로 예상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 역시 중요도가 커졌다. 강경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들어서면서 이 대통령으로서는 신임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통한 친밀감 형성과 정상 간 셔틀 외교를 지속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과제는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의 전제이자 중심축인 ‘한미일 협력 강화’가 단단히 유지될 수 있느냐와도 맞물려 있다. 국제 외교가에서도 과거 일본과 거리를 뒀던 이 대통령과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총리 간 한일 관계의 안정성이 지속될 지를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며 거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그를 만나면 정말 좋을 것”이라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도 이 대통령으로선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2019년의 ‘판문점 회동’ 역시 다소 즉흥적으로 성사됐던 전례에 비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만약 북미 정상의 대화 물꼬가 다시 트인다면 한반도 안보 환경에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도적인 대화를 권유한 이 대통령의 한반도 전략이 효과를 봄에 따라 ‘END 구상’에도 한층 탄력을 받을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정상외교 슈퍼위크’의 성과를 평가하는 데 큰 영향을 줄 또 하나의 변수는 30일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이다. 양 정상이 아시아·태평양 안보 문제와 관련해 어떤 결론을 내놓느냐에 따라 APEC의 다자주의 정신과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 전략 모두 힘을 얻을 수도, 빛이 바랠 수도 있다.
/박형남 기자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