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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을 준비하는 신라의 ‘불국토’···신라천년을 담아내다

등록일 2025-10-26 16:12 게재일 2025-10-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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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한 월정교·흔적 남아있는 춘양교
불국사 ‘청운교’·'백운교' 등 속속 정비
정상회의 이후 가을과 함께 만끽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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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정교 모습. /경북매일 DB

이달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북 경주시에서 21개 회원국의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추석 전에 마침 문학단체에서 경주로 문학기행을 떠나게 되면서 APEC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분주한 경주를 엿볼 기회가 있었다. KTX 경주역과 시가지 곳곳에는 분위기 조성과 더불어 도로와 고적지 어디 없이 시설물이 속속 정비 또는 보완되고 있었다. 

그중에 국립경주박물관에는 석가탑과 다보탑을 본 떠 만든 경내에 APEC 연회장으로 사용할 목조 건축물 신축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APEC 정상회의 개최는 회원국은 물론 정상들에게 세계적으로 이름난 신라의 고적이 유존하는 경주를 알리는 큰 의미가 크다. 

불국토 경주에는 신라의 다리가 있어서 이 기회에 들춰 본다. ‘삼국사기’ 경덕왕 조에는 ‘경덕왕 19년(760) 2월에 궁궐 남쪽 문천(蚊川) 위에 월정교, 춘양교 두 다리를 놓았다.’고 기록했다. 문천에는 신라의 다리가 여럿 있었다.

2018년 복원한 월정교(月淨橋)와 그 흔적이 남아 있는 춘양교(春陽橋) 그리고, ‘삼국유사’ 원효불기 조에 유교(楡橋)와 도화녀 비형랑 조에 귀교(鬼橋)가 그것이다. 

월정교는 문천의 다리이지만 자체를 누각형으로 지었다. 화강석 교각 위에 궁궐 건물에 버금가는 우리나라 고유의 한국형 목조 건물에 기와를 얹은 지붕이다. 

지붕이 있는 세계적인 다리는 스위스 루체른시 호수에 있는 카멜교다. 목조 건물이지만 월정교에 비교되지 않는다. 카멜교는 안동의 월령교처럼 직선이 아니다. 

춘양교는 월정교에서 문천의 상류를 따라 약 1.2km 되는 지점에 그 터가 있다. 동쪽 국립경주박물관과 서쪽 인동왕사지가 자리한 일대의 농경지로 연결되었다. 월정교와 구조가 비슷한 배 모양의 석재 교각 밑자리를 복원해 문천에서 볼 수 있다.

유교는 신라 승려 원효가 민중 포교에 나서면서 “누가 자루 빠진 도를 허락할른지” 하면서 떠도는 가운데 태종무열왕이 듣고는 스님이 아들을 낳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찾게 했다. 

원효는 이를 알고 남산을 내려와 유교를 건너면서 거짓으로 물에 떨어져 옷을 말리기 위해 요석공주가 있는 요석궁에 유숙하면서 아들 설총을 얻게 된다. 요석궁 앞에 다리가 유교(楡橋)다. 

한자에서처럼 실제 느릅나무 다리인지는 모르나 월정교 복원 때 이 다리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귀교는 신라 제25대 진지왕이 음탕한 생활로 화백회의에서 탄핵되어 왕위에서 폐위된 이야기를 사실처럼 꾸민 도깨비 다리의 전설인 듯하다. 

신라에는 또 현실과 이상세계를 연결하는 다리도 있었다.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는 석가여래의 세계인 대웅전으로 자하문을 통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구품연지(九品蓮池)가 있어서 청운교 백운교 사이에 홍예다리를 만들어 연지는 지금 볼 수 없지만 그 위로 홍예로 만든 아치형 무지개다리는 볼 수 있다. 

신라에는 다리가 없어서 선택되고도 왕위에 오르지 못한 안타까운 사실도 있다. 신라 제37대 선덕왕은 후사가 없어 왕의 족자(族子) 주원(周元)을 즉위케 하도록 의논했는데 집이 왕궁에서 북쪽 20리에 있었다. 연락을 받고 오던 중에 마침 큰비가 내려 알천에 홍수로 인해 물을 건너지 못해 입궐하지 못했다. 그러자 상대동 김경신은 덕망이 높고 인군(人君)의 자격이 있다며 중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왕위를 계승케 한 그가 곧 신라 제38대 원성왕이다.

APEC 정상회의가 끝나고 손님을 보낸 뒤 여유를 가지고 경주를 즐겨보는 것도 하늘 높은 이 가을에 신라의 고적 불국토를 만끽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권영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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