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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명문 요리학교에서 공부하며 시민제과의 미래를 구상

등록일 2025-11-02 18:31 게재일 2025-11-0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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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노포 기행] 시민제과-시민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제과점③
시민제과 내부.

시민제과를 포항의 시그니처로서 전국적 명성을 획득한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진정하(45) 시민제과 3대 대표는 말한다.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명물을 만드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또한 거기에서 자부심을 창출하는 것, 이러한 것은 누구 혼자만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일까? 진 대표는 포항시민의 참여와 성원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이면에는 또 다른 역할이 포함되어 있다. 원도심의 쇠락을 걱정하는 평범한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이 깃들어 있다. 많은 사람이 시민제과의 소비자가 되어 원도심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초체력을 다지는 것도 진 대표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동해바다와 구룡포의 풍경을 바탕으로 죽도시장과 포스코의 야경 그리고 불빛축제 등의 행사가 시민제과로의 ‘빵지순례’로 어울어진다면 자연스러운 관광상품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런 파급효과가 입소문으로, SNS로 연결된다면 전국적인 브랜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포항 ‘시민제과’ 3대 대표 진정하 씨
미국의 안정된 삶 포기하고 제빵 도전
파리 명문 제과과정 수료 후 가업 계승

 

프랑스·일본 등 해외출장에도 많은 투자
직원 연수·세미나·품평회로 노하우 공유
시민 참여와 성원 바탕 지속적 발전 기대
포항 명물로 전국적 브랜드 만들기 ‘총력’

 

프랑스, 일본 출장 다니며 식견 넓혀

빵집은 의외로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오븐 하나에도 수천만 원이 든다. 밀가루도 일본산을 수입해 고객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춘다. 국내 밀가루도 사용하지만 각자의 제품에 적합한 맞춤형의 재료는 생산자가 직접 연구 개발하여 적용해야 한다. 이런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려면 굳건한 의지와 확실한 목표의식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단기 매출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한 투자로 확보한 인프라는 서서히 진가를 발휘한다는 것을 진정하 대표는 의심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국 소비자의 적극적인 소비를 유도함과 동시에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토대임을 그는 믿는다. 사람들의 입맛은 현란하고 변덕스럽기도 하다는 현실을 그는 직시하고 있다. 맛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각적이고 문화적인 취향까지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매장에 깔리는 음악에도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기본이 완벽하면 응용은 무한대의 힘을 발휘한다고 그는 믿는다.

투자는 기술로 이어지고 그 결과는 매장에서 그대로 나타나는 법이다. 진 대표는 틈나는 대로 출장을 떠난다. 일본의 각종 세미나, 품평회, 신제품 발표회 때는 거의 빠지지 않으려 한다.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 출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는 만큼 식견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제품 개발에 응용할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하기 위해서다. 직원들이 동행하기도 한다. 최고의 투자는 사람에게 하는 것이라는 진 대표의 신념은 굳건하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연수를 제의하거나 각종 세미나에 여건이 허락하는 한 참여시키려 한다. 자체적인 품평회와 제품 개발회의도 수시로 열어 직원들의 중지를 모으려 한다. 오래 머물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은 물론 외부에서도 많은 사람이 시민제과만의 경영 시스템과 제품 개발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방문하는 업체로 만들고 싶다. 그들을 통해 시민제과의 가치를 전국에 알리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발전에 필요한 작은 밑돌이 될 수 있게 인식의 발판을 확장하려고 한다. 이러한 일은 젊은 기업인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것을 진 대표는 절감하고 있다.

 

시민제과 내부 빵 진열대 모습.

파리의 명문 ‘에꼴 페랑디’에서 제과 과정을 수료

포항이 그리웠다. 아버지의 그림자는 길고 깊었다. 아버지의 생업을 저렇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감할 것인지 고민스러웠다. 아직도 젊은 패기가 남아 있어서 과감한 도전의 유혹도 느꼈다. 나의 삶을 살자고 생각했다.

돌아왔다. 텅 빈 건물을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나의 뿌리가 지금 눈앞의 살아 있는 역사인데, 이것을 도무지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는가? 도전은 재미있는 일이지 억압이 아니다. 억압이라고 느낀다면 사업은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

진정하 대표는 이른 나이에 미국에서 공부하고 굴지의 기업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일한 샐러리맨이었다. 모자랄 것이 없는 인생이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그럭저럭 살아도 부족함이 없을 삶이었다. 그러나 우연은 필연을 관통한다고 했던가. 그는 해운업 회사에서 원자재 운임 트레이드로 오랫동안 일했다. 그때 주로 맡은 업무가 밀을 비롯한 곡물의 대규모 거래였다. 그래서 그 한 부분인 밀 거래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다. 그 인연으로 제과점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거라며 그는 웃었다. 그 웃음의 의미가 자못 흥미로웠다.

무엇이 되든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잘나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이 어려운 일을 권하는 어른의 심중을 못 헤아릴 바는 아니었지만, 언감생심 막막하기만 했다. 쉽게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은퇴를 조금 앞당겨 자신의 일을 한다는 것과 가업을 전승한다는 사실이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그리고 일본에는 대대로 가업을 잇는 기업이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데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불편한 진실도 진 대표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문제는 현실적인 적응 능력과 실질적인 기업 운영 능력이었다. 세상일은 용기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본인이 제과와 제빵의 전문 기술자가 아니었므로 적재적소에 배치해 일할 사람이 필요했다. 지금도 그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돈 이상의 재산이 사람이라는 것을 그는 그때부터 알았다. 사람 없이 어떻게 사람의 일을 할 것인가. 평생의 친구는 도반(道伴)이라는 말을 그때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진정하 대표는 당장 실천에 옮겼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 본원을 둔 세계적인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 서울분교에서 제빵 과정을 수료하고, 내친김에 1년 6개월이란 시간을 투자해 제빵의 본산인 프랑스로 날아갔다. 자처한 고통은 때로는 희열이 된다. 미래를 보장받을 수는 없지만, 인생의 방향은 스스로 설정할 수가 있다. 그는 파리의 명문 요리학교인 ‘에꼴 페랑디’에서 제과 과정을 수료한 후 제과 제빵의 기본기를 다지는 것은 물론 거기에 따른 디저트와 음료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수많은 책과 사진과 몇십 권의 노트가 그 시간의 고된 여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귀국해서도 전국의 유명한 제과점을 돌아다니며 견습생을 자처해 공부했다. 시작한 이상 끝을 봐야 하고 그 끝은 성공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고객 요구에 부응하려면 잠시도 멈출 수 없어

빵과 과자를 만드는 게 무슨 그리 대단한 일이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실상을 알면 기절초풍할 것이다. 수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요리나 제빵에 관한 인식의 폭이 넓어지면서 고객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제과점의 삶은 전쟁의 연속이다.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넓고 깊을 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요구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런 요구에 부응하려면 잠시도 멈출 수가 없다. 쏟아지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흡수하는 고객들의 요구는 실로 다양하다. 그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는 없지만 판로를 개척하고 끊임없는 연구 개발로 고객의 입맛을 이끌어간다는 자세는 필수적이다. 늘 깨어 있고 도전적이어야 한다. 이익이 적더라도 다양한 제품으로 이목을 끌어들이고 맛과 영양, 시각적 효과, 특화된 서비스, 밝고 쾌적한 매장 환경에도 신경을 놓아서는 안 된다.

다만 필자는 아득하게 기억하고 있다. 너무 가난했던 때라 시민제과에는 잘 들르지 못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교지 편집을 맡아 사람들을 인터뷰하거나 문학회 간부들을 만날 때면 가끔씩 들러 고소한 빵과 우유를 음미하며 우쭐한 마음으로 배를 채운 기억이 있다. 그때의 냄새는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정말 아쉽고 미안한 것은, 내 첫사랑을 한 번도 시민제과에 데려간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지독하게 반성한다. 그러나 다시 오질 않을 날들을, 시민제과는 시민 개개인의 아름다운 기억 속에서 그 넉넉한 가치를 오래 지켜줄 것이다.

그는 더 분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시민제과는 시민의 것이므로.  〈끝〉

글 : 이우근(시인)

사진 : 김 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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