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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움직인다···무인감시시스템 경고 2984건, 신뢰도는 ‘불안’

피현진 기자
등록일 2025-10-20 12:54 게재일 20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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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12월 경고 발생, ‘심각’ 수준 430건, ‘주의’ 경고는 399건
센서 노후화, 데이터 품질 저하 문제 드러나 주기적 검·교정 및 기술 향상 시급

전국 40곳에 설치된 땅밀림 무인원격감시시스템이 올해 8개월간 총 2984건의 위험 경고를 발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루 평균 12건에 달하는 수치로, 땅밀림 위험이 상시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낮은 데이터 수집률과 장비 노후화로 인한 오작동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고 시스템의 신뢰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일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 한국치산기술협회로부터 제출받은 ‘2024년 땅밀림 무인원격감시시스템 모니터링 및 데이터 관리’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월 초부터 12월 초까지 전국 40개소에서 수집된 경고 데이터는 총 2984건이었다.

경고 수준별로 보면, 가장 낮은 단계인 ‘관심’ 수준이 2003건(67.2%)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땅밀림의 초기 징후나 미세한 지반 변위가 지속적으로 감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심각’ 수준의 경고도 430건(14.4%)에 달해,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주의’ 수준은 399건(13.4%), ‘경계’ 수준은 152건(5.1%)으로 집계됐다.

센서별로는 땅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하는 와이어신축계에서 1480건(49.6%)의 경고가 발생해 가장 많았고, 지중경사계(926건), 지표변위계(462건), 구조물변위계(116건)가 뒤를 이었다.

경고가 집중된 지역은 경남과 전남이었다. 경남 사천시 곤명면 작팔리에서는 와이어신축계에서만 124건의 경고가 발생했고, 하동군 악양면에서는 지중경사계에서 294건이 감지됐다. 전남 담양군 금성면에서는 총 537건의 경고가 발생했으며, 이 중 ‘심각’ 수준이 49건에 달했다. 경북에서는 영덕군 축산면 칠성리에서 총 68건의 경고가 발생했는데 68건 모두 ‘심각’ 수준이었다.

문제는 시스템의 신뢰도가 여전히 불안하다는데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게이트웨이·노드·센서의 데이터 수집률은 40~60% 수준에 그쳤다. 일부 지역에서는 장비 노후화와 통신 불량으로 인해 데이터 수집이 실패하거나, 집중호우 시 강우량 값이 ‘0’으로 기록되는 등 오류도 발생했다.

임미애 의원은 “지난해 경주 토함산 땅밀림과 지난 8월 산청 재난처럼 이상기후로 인해 산사태보다 위험한 땅밀림 재해가 커지고 있다”며 “땅밀림 예측과 주민대피 시스템을 하루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치산기술협회 관계자는 실시간 예측과 주민 대피를 연계한 통합 대응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데이터 품질 확보와 장비 현대화, 통신 안정성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는 “경고는 시작일 뿐,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지반 불안정이 심화되는 만큼, 기술적·행정적 대응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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