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을 개설해 가져가면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한 달에 8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보장하며 1인1실 호텔 숙소를 제공한다’. 사회생활 경험이 많지 않은 20대 청년들에겐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장기간 계속된 경기 침체와 각종 스펙을 갖춰도 넘기 힘든 취업의 벽 앞에서 좌절하는 한국 젊은이가 적지 않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학업을 마치면 직업을 찾아 독립하고,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자리를 잡는다는 게 이전과 달리 무척이나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 처한 20대에게 외국생활도 체험하고 거기서 일자리를 구해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다는 달콤한 제안이 온다면 마음이 흔들리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그렇기에 인터넷 공고와 지인의 권유로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오르는 한국 청년이 적지 않다.
하지만, 떠나기 전 그렸던 희망적인 미래는 캄보디아에 도착하는 순간 깨지는 경우가 대부분. 고액 임금과 쾌적한 숙소, 큰돈으로 교환이 가능하다는 통장은 미끼였다. 현실은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가담하라는 강요와 협박, 이를 거부하는 순간 가해지는 무자비한 폭행이었다.
최근 예천 출신의 대학생이 위와 같은 과정 속에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단 이 청년만이 아니다. 보도에 의하면 2000여 명 안팎의 한국 청년들이 캄보디아 곳곳에 독버섯처럼 들어선 ‘범죄공장’에 감금된 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각종 불법행위를 강요받고 있다.
늦었지만 대통령까지 나서 현황 파악과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니, 경찰과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은 물론 관련된 국가기관이 모두 나서 위기에 빠진 청년들을 구해내야 한다. 그건 방기해선 안 될 국가의 책무 아닌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