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기술이 아닌 사람, 훌륭한 척추전문의의 조건(2)

등록일 2025-10-13 14:17 게재일 2025-10-14 12면
스크랩버튼
Second alt text
방우석 척탑병원 신경외과 센터장

척추질환의 주요 증상 중 상당 부분은 신경과 관련돼 있다. 신경 증상은 예민하고 변덕스러워 보존적 치료만으로는 조절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떤 척추 전문의를 만나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해 나는 ‘진단’과 ‘치료’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척추 질환의 진단에서 신체 진찰과 병력청취는 진단의 출발점이자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증상이 나타나는 감각 분절과 이에 따른 운동 기능의 변화를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의심되는 병변의 위치를 추정한다. 이후 MRI나 CT와 같은 정밀검사를 통해 얻은 영상 소견과 대조했을 때 두 위치가 일치한다면 치료의 목표는 명확해진다. 그러나 영상과 임상 소견이 다를 경우, 어떤 쪽에 무게를 두고 치료 방향을 정할 것인지 복잡한 판단이 요구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척추전문의의 진짜 역량이 드러난다. 환자에게 의심되는 병변과 영상학적 병변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납득시키는 과정을 충실히 수행하는 의사야말로 훌륭한 척추전문의라 할 수 있다. 결국, 자신이 세운 합리적 근거를 환자와 공유하며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곧 전문의의 실력인 것이다.

척추 치료의 방법은 밤하늘의 별처럼 다양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신경차단술이나 신경성형술처럼 스테로이드를 이용해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히는 화학적 치료가 있다. 이를 통해 압박받은 신경을 달래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로도 증상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 신경을 보호하기 위해 피부 절개와 뼈 일부의 제거가 불가피한 수술적 치료로 넘어가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수술 방법 그 자체가 아니다. 최소침습 수술이든, 미세현미경을 이용한 전통적 수술이든, 수술의 성패는 기술의 이름이 아니라 집도하는 의사의 손에 달려 있다. 훌륭한 척추전문의는 단순히 유행하는 수술법을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임상 경험을 통해 환자의 현재와 미래를 내다보고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내는 사람이다.

따라서 훌륭한 척추전문의는 화학적 치료를 무의미하게 반복하지도 않고, 무턱대고 수술을 권하지도 않으며, 최소침습 수술을 마치 비수술인 양 포장해 쉽게 수술에 끌어들이지도 않는다. 대신 환자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가장 유리한 길을 함께 고민하며, 치료 이후에도 통증의 동반자로 남아 환자 곁을 지키는 의사야말로 진정한 척추전문의라 할 수 있다.

척추병원을 찾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만약 질병으로 인해 결국 나와 같은 척추전문의를 만나게 된다면, 제가 말씀드린 기준을 갖춘 의사를 만나시길 바란다. 여러분의 미래 앞에 그런 척추 전문의가 서 있기를 바란다.

/방우석 척탑병원 신경외과 센터장

라이프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