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매일신문 50회 향토사 기획 연재를 집대성… 후손들에게 전하는 ‘기록유산’
조상들의 삶과 마을의 뿌리를 기록한 향토사 자료집 ‘뿌리를 찾는다’가 최근 편집·발간돼 지역사회와 후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1984년 3월 7일부터 10월 23일까지 매일신문에 총 50회에 걸쳐 연재된 향토사 기획기사를 집대성한 것으로, 당시 기자였던 여원연 씨가 취재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엮은 자료집이다.
‘뿌리를 찾는다’는 연재 당시 향촌 사회의 씨족 모임과 전통 문화가 활발히 이어지던 시대적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각 마을과 문중의 역사, 조상의 내력, 성씨별 전승 이야기 등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어 오늘날에도 손색없는 향토사 기록으로 평가된다.
편찬자는 머리말에서 “이 자료들이 여러 사람에게 참고가 되고, 우리 조상들의 삶의 흔적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제2부 ‘족보·문헌·유적편’에서는 각 문중과 성씨의 연원을 체계적으로 수록해, 후손들이 조상의 삶과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편집자는 책의 서두에서 “뿌리가 깊어야 잎이 무성하다(寒英根深 葉茂枝盛)”는 옛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뿌리를 아는 일이 삶의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상들이 어디에서 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밝히는 일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버팀목이 된다”며, 기록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연재 당시 취재에 참여했던 인물들이 대부분 고령층이 된 지금. 당시의 생생한 증언과 자료를 후세가 이어받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책에는 문중과 성씨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뿐 아니라, 연재에 포함되지 않았던 성씨들의 활동도 폭넓게 수록되어 있어 향토사 연구의 폭을 넓혔다.
이번 책에는 본문 외에도 편찬자인 김학모 선생이 평소 독서와 연구를 통해 손수 기록해 온 원고를 추록으로 함께 엮었다.
추록에는 성씨의 유래와 우리나라 성씨의 전반적 체계, 문경의 성씨와 집성촌 형성 과정, 임진왜란 순절신(殉節臣)들을 비롯한 조선시대 환란기의 순절 인물들, 조선시대 언론 제도와 경연(經筵) 제도, 유교 정치의 구조, 조선시대 여성의 정절 의식과 사회상, 조선왕조의 품계와 공신 체계, 명장·절신록(節臣錄) 등 폭넓은 주제를 망라하여 후대의 연구와 향토사 이해에 큰 도움이 되도록 구성하였다. 책은 A4 크기, 32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편찬됐다.
편찬자인 김학모(90) 선생은 문경시 산양면장으로 퇴임한 뒤 문경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을 지내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 기록에 평생을 바쳤다. 그는 집안 선대의 문집을 번역해 ‘추재유사(秋齋遺事)’를 엮었으며, 이러한 공로로 문경대상 문화예술부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뿌리를 찾는다’ 편찬은 그가 오랜 세월 모아온 기록과 자료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편집후기에서는 “조상들은 문집, 족보, 유훈집 등을 통해 방대한 기록을 남겼지만, 후손들은 불민하여 이를 이어가지 못했다”는 반성과 함께,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조상들의 기록 정신을 본받아 자신의 시대를 후손에게 남길 기록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또한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실록 등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방대한 기록물을 남긴 조상들의 예를 들며, “우리가 기록을 잘 하지 않는 민족이라기보다, 조상들이 쌓아온 기록 정신을 오늘에 다시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편집자는 마지막으로 “어쨌거나 오늘도, 내일도, 우리 모두가 열심히 기록하며 살아야 한다”는 문장으로 책을 맺었다.
‘뿌리를 찾는다’는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니라, 기록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잇는 향토문화 계승의 길잡이로서 의미를 지닌다. 김학모 선생은 “이 책이 조상과 씨족의 연원을 찾는 길잡이가 되어, 후손들이 더 나은 모임을 만들고 넓게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경시 관계자는 “이 책은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되새기고, 후손들에게 기록 정신을 전하는 중요한 자료”라며 “지역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 평가했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