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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간판 뒤 숨은 ‘경주시 둘레길’ 준공 전부터 흉물로 전락

황성호 기자
등록일 2025-09-28 14:19 게재일 2025-09-2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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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도 안 된 경주 ‘명품 둘레길’, 관리 부실로 예산 낭비 논란
심곡 저수지 명품 둘레길이 흉물로 방치돼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독자 제공

경주시가 야심 차게 추진한 ‘심곡 저수지 명품 둘레길’이 준공도 되기 전에 흉물로 전락하고 있어 관리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세금 55억 원을 투입했지만, 현장은 시설물 파손, 안전 미비, 잡풀 방치로 시민 불편이 가중되면서 ‘명품 둘레길’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둘레길 시설물 안전 펜스가 낚시꾼 차량이 충돌해 부서져 수개월째 방치돼 있다. 

일부 쉼터 정자는 처마가 지나치게 낮아 머리를 부딪힐 위험이 크며, 둘레길엔 잡풀이 무성해 해충과 뱀 출몰 우려도 제기된다.

시민들은 “준공도 안된 상태에서 시설물 방치가 이어진다면, 앞으로는 더 엉망이 될 것”이라며 불안을 토로했다.

낚시꾼 차량 충돌로 둘레길 시설물 안전 펜스가 부러진 채 수개월째 방치돼 있다. /독자 제공

문제는 관리·감독 책임이 실종됐다는 점이다. 

경주시는 사업비 55억원 투입해 지난 2018년부터 심곡 저수지 일대에 도리 은행나무 숲과 연계해 수변 경관을 활용한 명품 둘레길 조성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 

 

2021년 1차 사업, 저수지 유입부(도리) 공원 조성 및 제당부(심곡리) 정비사업(L=180m), 올해 1월 2차 사업 둘레길 1.9㎞(데크로드, 보행매트 등) 조성사업을 완료했다. 현재는 3차 사업으로 주차장 조성을 계획 중이다. 

그러나 완공 전부터 시설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그런데도 경주시는 “농어촌공사 소관”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지역 주민들은 “시민 안전은 뒷전이며 서로 책임을 미루는 전형적 탁상행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한다.

또 “명품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55억 원 시민 세금이 들어간 공공시설이 준공 전부터 흉물로 전락한다면 이는 명백한 혈세 낭비”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안전 펜스 파손은 농어촌공사 관리라 연락을 취했으며,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빠른 조치를 하겠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행정기관이 서로 눈치만 보며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시민은 여전히 위험 속에 방치돼 있다는 것.

주민 박 모(59) 씨는 “ ‘명품’이란 간판 뒤에 숨어 행정의 무능과 책임 회피가 반복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몫이다”라면서“경주시는 더 이상 변명 대신 명확한 책임 규명과 즉각적인 관리·보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황성호 기자 hs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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