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대구파티마병원 의무원장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속에서 파티마병원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로, 특히 오목가슴과 새가슴 등 흉벽기형 수술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김 원장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가슴을 크게 절개해 연골을 드러내는 고난도 수술만 가능했지만, 흉터와 합병증이 환자들에게 큰 부담이 됐다”며 “이후 미국 외과의사 도널드 너스가 개발한 최소침습 교정법을 국내 1세대 권위자인 박형주 교수에게 배운 뒤 본격적으로 수술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6년 당시 전국에서 이 수술을 배운 의사가 10명 남짓에 불과했고, 대구·경북에서 흉벽기형 수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며 “겉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심장 바로 옆에서 진행되는 수술이라 작은 실수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많은 환자 가운데 그가 가장 기억하는 사례는 흉벽기형 11번째 수술 환자다. 당시 위험도가 높은 수술이었기에 김 원장은 박형주 교수를 대구로 직접 모셔 함께 집도했고,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김 원장은 “고3 수험생이었던 환자는 심각한 흉벽기형으로 수술이 필요했지만, 가족은 경제적·지리적 사정 때문에 서울까지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환자 어머니가 ‘여기(대구)서 수술하게 해달라’고 반복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환자와 보호자도 기뻐했지만 나의 기쁨도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현재 다른 병원 의사들에게 수술 노하우를 공유하며, 직접 찾아가 돕기도 한다. 힘든 수술을 하면서 성장하고 배웠기 때문에 나 역시 후배 의사들을 가르치고 돕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김 원장은 “포괄 2차 종합병원으로서 중증·응급·필수 진료를 책임지고, 지역 의료기관과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 환자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병원으로 발전하겠다”고 밝혔다.
대구파티마병원은 지역 내 응급실 이용 환자가 가장 많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14명이 상주하며, 주말 소아 응급 공백을 막기 위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2명이 24시간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또 응급심뇌혈관 네트워크 시범사업, 소아청소년암 진료체계 구축, 울릉군 응급의료 협업 등 지역 의료 공백 해소에도 앞장서왔다.
김 원장은 “어느 병원을 가든 그 병원의 미션을 찾아보는 습관이 있다. 보통 1~2문장인데 파티마병원은 6가지”라며 “지역 의료 공백을 메우는 것이 파티마병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또 “울릉군처럼 의료 자원이 부족한 지역을 지원하고, 경북도 공공보건의료 협력강화 추진단에 참여해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개원 70주년을 앞두고 김 원장은 병원의 미래를 향한 각오도 전했다.
김 원장은 “초기에는 ‘독일에서 세운 병원’이라는 이미지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3대에 걸친 환자들의 경험과 신뢰가 병원을 지탱하고 있다”며 “향후 100년은 이 신뢰를 바탕으로 더 큰 도약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