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늪’으로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 8·22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8일 대구·경북(TK)에서 열린 첫 후보 합동연설회장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찬·반으로 나뉜 당원들끼리 몸싸움을 벌이며 난장판이 됐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책임당원 투표 80%, 국민 여론조사 20%로 선출되기 때문에 판세를 결정할 책임당원의 입김이 강하다. 당권주자 찬탄·반탄파 대결 구도는 2대 2다.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는 “당을 망치고 약속을 어긴 사람들이 주인 행세를 하면서 당원들을 향해 극우니 혁신의 대상이니 하면서 큰소리를 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김문수 후보는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당 내부가 아니라 극좌 부패 세력”이라고 했다.
반면, 찬탄파인 조경태 후보는 “우리 당이 ‘윤 어게인’을 외치는 자들을 몰아내지 못하면서 거의 해체 수준의 참혹한 순간을 맞고 있다”고 했고, 안철수 후보는 “극단주의자들이 대구·경북에 와서 표를 맡겨 놓은 것처럼 손을 벌리는 것을 심판해 달라”고 했다.
이날 장동혁·김문수 후보는 안 후보의 정견 발표를 듣지도 않고 자리를 떴고, 국사강사 전한길씨는 찬탄파 후보자들이 연설을 하면 청중석 앞으로 뛰쳐나가 ‘배신자’를 외치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당원이 전씨에게 “무슨 자격으로 나서느냐”고 항의하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8월 1주차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지지율이 16%까지 떨어졌다. TK지지율도 23%로 10%대 추락을 겨우 면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민심회복에 총력을 쏟아야 할 전당대회를 ‘윤석열 논쟁’으로 변질시키고 있으니 지지율이 오를 리 없다.
특히 TK지역은 국민의힘 ‘산실’이 아닌가. 이 지역은 현재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모든 현안(TK신공항 건설, 대구 취수원 이전, 영일만 대교건설 등)이 중단된 상태여서 정치권 지원이 절실하다. 이런 상황인데도 당권 주자들이 지역 전체의 민심을 외면한 채 강성 당원 표만 노리며 한물간 ‘배신자 논란’을 벌이고 있으니 정상이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