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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인사 ‘깜깜이’ 논란 속 신뢰 추락“···"승진이 축복이 아니라 스트레스”

황성호 기자
등록일 2025-06-26 15:06 게재일 2025-06-2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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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 인사 관행에 조직 내 불만 폭발
경주시청 전경./경주시 제공

경주시청 내부에서 고질적인 인사 관행을 둘러싼 불만과 개혁 요구가 거세게 분출되고 있다.

정기 인사를 앞두고 발표된 승진임용 계획을 두고 “승진이 더 이상 축복이 아니라 스트레스”라는 탄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4일 경주시가 2025년 하반기 공로연수 대상자 발생에 따른 4급 이하 승진임용 계획을 공지하면서 비롯됐다.  

경주시는 직렬 및 직급별 현원, 근무연수 등을 종합 고려해 승진 대상자를 선발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내부 공무원들은 “누가, 어떻게 평가를 받고 승진하는지 알 길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당일 오전 실시된 다면평가는 온라인 문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나 참여 대상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다면평가 실시 예정’이라는 단 한 줄의 공지 외엔 구체적인 대상자나 이유 및 기준이 언급되지 않았다. 

직원들은 ‘깜깜이 인사’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경주시 공무원 사이에서는 “법정배수자 통보도 없이 평가가 시작됐다”, “평정 과정이 철저히 비밀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승진 선발 기준으로 ‘승진 서열명부, 경력, 청렴도, 직무수행능력, 시정 발전 기여도, 관리자 자질’ 등이 제시했지만, 해당 항목들은 구체적인 기준이나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결국 누구를 밀어줄지 정해놓고 형식적인 평가만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럴 거면 애초에 평가나 기준을 말할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인사권자가 마음만 먹으면 어떤 사람도 ‘패싱’할 수 있는 구조라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직무수행능력’ ‘청렴도’ 같은 기준은 사실상 허울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논란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청 내부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줄 세우기식 승진 관행, 직렬을 무시한 전보 발령, 사전 내정설 등이 공공연히 회자됐다.

업무 성과나 전문성보다 누구와 친한지가 인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냉소가 팽배하다. 실제로 일부 직원들은 “전문직이 아닌데도 특정 부서로 발령 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인사철 마다 들리는 “누가 누구 라인이라더라”는 소문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능력보다 ‘배경’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경주시 공무원들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 속에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성찰과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경주시의 한 팀장은 “인사가 공정하다는 믿음이 무너지면 조직은 썩기 시작한다”며 “이번 논란이 일회성 반발로 끝나지 않도록 시 차원의 성찰과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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