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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로 전락한 보문단지···APEC 앞두고 치장만 열중한 경주

황성호 기자
등록일 2025-06-23 13:22 게재일 2025-06-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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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핵심 시설 방치, 외형 미화에만 수백억
청소년 비행과 우범 지대…무책임 행정 비난
 민간 매각 이후 수년째 재개발이나 운영 재개가 이뤄지지 않고 사실상 흉물로 전락한 콩코드 호텔 모습. /황성호 기자

경주시가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형 치장에만 수백억 원을 쏟아붓는 사이 정작 보문관광단지의 핵심 시설들은 수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빌미로 보여주기식 행정이 지역 관광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주시는 오는 2025년 APEC 정상회의에 맞춰 도로 포장, 가로수 식재, 조명등 교체 등 도시 미관 개선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이 사업에는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경주시는 그간 “경주를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러한 겉치레 행정 이면에는 보문관광단지의 붕괴된 현실이 있다. 밤이 되면 조명 하나 켜지지 않는 어둠 속에서 일부 건물들은 청소년 비행과 각종 우범지대로 전락했다.

특히 ‘관광 1번지’로 불리던 보문단지는 공공자산이 민간에 넘어간 뒤 사실상 손을 놓은 행정 부재 속에 도시의 얼굴 마저 망가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라밀레니엄파크, 콩코드호텔, 보문 한옥 상가단지다.
 
모두 경주 관광의 상징으로 통했던 공간이지만, 민간 매각 이후 수년째 재개발이나 운영 재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흉물로 변했다.
 
콩코드호텔은 철거비만 1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지난 2017년 매각 이후 방치되며 외벽이 벗겨지고 창틀이 녹슨 채 폐허가 됐다. 과거 고급 숙박시설로 주목받던 시설이 도시 경관을 망치는 것이다.
 
 

 지난 2020년 경매로 민간에 넘어간 이후 흉물로 방치한 신라밀레니엄파크 모습. /황성호 기자

신라밀레니엄파크 역시 2020년 경매로 민간에 넘어간 이후 전시 공간과 공연장은 문을 닫고, 호텔 전환을 논의한다는 말만 있을 뿐 실질적인 움직임은 전무하다. 6만8000㎡에 달하는 대형 부지가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2019년 민간에 팔린 이후 무성한 잡초들이 관광객을 맞이하는 보문 한옥 상가 단지 모습. /황성호 기자

보문호 광장 인근 한옥 상가단지는 2019년 민간에 팔린 이후 지금까지 한 차례의 리모델링도 이뤄지지 않고 잡초만 무성한 채 관광객을 맞이한다. 

지역 주민들은 “관광 활성화는 구실일 뿐 투기만 남았다”라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관광단지를 포기한 채 외형 정비에만 몰두하는 경주시와 관광개발공사의 대응이 눈 가리고 아웅식 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민간 자본 유치 외에 대안이 없다”라는 입장이지만, 그 결과는 핵심 관광시설의 방치와 도시 이미지 실추다. 

관광 전문가들은 “APEC 등 국제행사를 앞두고 실질적인 관광 콘텐츠와 거점 관리에 대한 철저한 재정비 없이 외형만 치장하는 것은 도시 브랜드의 장기적 훼손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황성호 기자 hs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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