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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페스티벌로 칠포가 들썩였다

등록일 2025-06-17 18:45 게재일 2025-06-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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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포재즈페스티벌을 위해 쏟아지던 비도 멈추고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칠포가 들썩였다. 제19회 재즈페스티벌이 6월 14과 15일에 열렸기 때문이다. 토요일 표를 어렵게 구해 처음 참여해 보았다. 며칠 전부터 준비물이 무엇이 필요할까 싶어, 지난 공연을 경험한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돗자리를 준비해라, 오래 잔디에 앉아 있으려면 힘드니까 등받이가 있는 앉은뱅이 의자가 필요하다 했다. 그늘이 없으니 양산도 필수라고 덧붙였다. 좋은 자리에 앉으려면 오후 4시 시작이지만 오후 1시까지는 가야 할 것이고, 길게 줄을 서야 하니 편한 복장으로 가라고 했다.

콘서트는 여러 번 가보았어도 페스티벌은 처음이라 설레고 걱정도 함께였다. 티켓은 오픈하자마자 매진이었으니 사람들로 북적일 거란 생각에 오전 11시에 출발했다. 일회용기는 반입이 안 된다니 집에서 용기를 챙겨 김밥집을 들른 다음 치킨집을 찾았지만, 아직 모두 영업 전이었다. 소풍에 치킨이 빠지다니 아쉬웠지만 시간이 금방 지나서 오후 1시가 가까워졌다. 줄이 길어질까 걱정이 앞서서 칠포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 티켓을 손목팔찌로 교환하기 위해 줄이 길다. 오래 기다리며 바로 앞에 선 사람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인천에서 새벽 5시에 나섰단다. 라인업의 세 번째 밴드 이승윤의 팬이라고 입고 온 티셔츠를 자랑했다. 긴 줄에서 콘서트마다 만나는 동료 팬을 만나 반가워하기도 하고, 대형버스로 멀리서 함께 행사장을 찾는 모습에 덕질이란 저런 것이지 싶었다. 가수 이승윤은 무대에서 힘이 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비가 와서 어떡하나 했는데 다행하게도 오후 1시부터 파랗게 하늘이 보이고, 그 위로 곤륜산에서부터 행글라이더에 메달린 사람들의 즐거운 비명도 들렸다. 2시간을 줄 서서 기다리다 행사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무대 바로 앞 스탠딩 좌석은 공연 6시간을 서 있기엔 자신이 없었다. 그다음 돗자리석이 명당인데 6시간 좌식 또한 힘들 거 같아서 잔디가 끝나는 맨 앞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다들 따가운 햇살을 피하는 모습이 영화 이티처럼 수건을 뒤집어쓰거나, 애순이 스타일로 손수건을 감싸기도 했다. 차로 달려가 커다란 우산을 들고 와 펴니 뜨거운 태양이 가려졌다. 하지만 오후 4시 공연이 시작되자 우산은 일시에 접어 시야를 가리지 않게 했다. 지소쿠리클럽이 첫 문을 열었고, 그다음 하동균의 노래 솜씨를 들으며 저절로 고개를 흔들어 박자를 맞추었다. 함께 간 지인은 이승윤의 찐팬이라 공연 내내 ‘싱어게인’에 처음 등장한 장면부터 그의 이력을 귓속말로 알려주었다. 오늘 처음 안 사실은 이승윤의 노랫말이 너무 멋지다는 것이다. 

폴킴이 등장할 때, 바다 쪽에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공연을 보기에 더없는 날씨였다. 모든 날 모든 순간을 합창하고, 커피 한 잔 할래요 하는 폴킴의 프로포즈에 핸드폰의 라이트를 켜서 화답했다. 사이사이 김밥을 먹고 핫도그도 사 먹었다. 반대편에 설치된 화장실은 깔끔해서 즐거운 페스티벌이 되도록 힘을 보탰다. 자리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더운 날씨 탓인지 맥주를 파는 곳에 줄이 구불구불하다. 애주가 남편은 술은 공연 끝나고 집에서 먹자며 줄 서기를 포기했다.

그러는 사이 주위는 깜깜해졌다. 기다리던 에픽하이의 순서다. 내내 의자에 앉아 보던 우리였지만, 에픽하이 공연은 스탠딩이다. 앞으로 가서 사람들 틈으로 끼어들었다. 손을 높이 들고 뛰어 올랐다. 마지막 곡까지 모두 함께 불렀다. 공연이 끝나고 돗자리를 걷은 자리가 깔끔하다. 좋은 공연은 라인업도 좋아야 하고 관객 또한 수준이 높아야 한다. 오늘 공연이 그랬다. 다만 재즈페스티벌이라는 이름에 재즈 가수가 첫 공연에 없어서 아쉬웠다. 주차장이 부족한 것 또한 주최 측이 고민할 문제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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