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현충일을 시작으로 6·25 전쟁과 제2연평해전이 있어 우리가 기념해야 할 날들이 이어진다. 그래서일까. 학도의용군전승기념관(포항시 북구 탑산길 14)으로 올라서는 시민기자의 발걸음도 왠지 모르게 경건해졌다.
학도의용군은 학도병이라고도 부른다. 학생 신분으로 전쟁에 참여한 병사로 보통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의 소년병을 말한다. 학생이었던 이들이 75년 전, 6·25 전쟁에서 교복 대신 군복을 입고 펜 대신 총을 든 이들이 겪은 전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학도의용군전승기념관으로 들어서니 전시실 입구 오른쪽에는 앞서 다녀간 이들이 적은 방명록이 놓여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이들은 대부분 ‘숭고한 희생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입구 왼쪽에선 학도의용군들의 전장에서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도 보였다. 같은 날 학도의용군전승기념관을 찾은 군복을 입은 20대 초반의 군인도 앳된 얼굴인데 사진 속의 학도의용군은 더 어린 나이였다.
‘1950년 8월 그날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지나니 학도의용군 마크 아래에는 학도의용군 자녀와 제주특별자치도 재향군인회에서 보내온 화환이 놓여 있다. 전시실은 학도의용군의 사진과 이름이 함께했고 이들의 희생과 애국의 정신을 새겨 기억하는 이야기가 적혔다. 학도의용군의 가장 치열했던 전투인 포항여중 전투는 ‘11시간의 용기’라는 제목을 달고 이들의 단독전투였다는 설명과 전투 모형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학도의용군 71명. 이곳에서 치열했던 전투와 이들의 희생으로 사람들이 피난 갈 수 있었고 군대는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하니 마음이 뭉클해진다.
전시실 한쪽에는 군장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수통을 매단 군장을 직접 메어보니 묵직했다. 무게가 20kg 정도 되어 보였다. 학도의용군전승기념관 관계자는 “학생들이 방문하면 실제로 전장에서의 느낌을 전하고자 군장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실에서 무엇보다 마음을 울리는 건 학도의용군 이우근의 어머니에게 전하는 편지다. 어린 학생의 시선으로 전쟁을 겪고 있는 실제 상황과 집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편지에 그대로 전해진다. 이 편지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도 번역되어 있다. 또 생존자들의 인터뷰도 들을 수 있는데 후세들에게 애국심을 함양하고 국력 신장을 게을리하지 않기를 바랐다.
전시실을 나와 역사의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충혼탑과 전적비가 세워진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사의 계단을 오르기 전 어머니의 동상을 먼저 만났다. 돌에 새겨진 학도의용군의 사진과 전쟁에 아들을 보내놓고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충혼탑과 전적비는 어린 영혼들이 명복을 빌고 전사한 군인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특히 충혼탑은 학도의용군들이 자신들이 지킨 지역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있어 그 의미가 깊었다.
전시실이 작기는 하지만 외부의 충혼탑과 전적비, 전망대를 보며 길지 않은 시간에도 학도의용군을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학도의용군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학도의용군전승기념관은 포항 시내에서 가까워 잠깐 시간을 내어 들러보기 좋다. 또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의미 있는 곳을 찾는다면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허명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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