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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포항 구룡포 ‘골목길 탐험’

경북매일
등록일 2025-06-10 20:01 게재일 2025-06-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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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들이 구룡포의 골목길을 걷고 있다.

계절은 기다렸다는 듯, 여름으로 들어서고 있다. 6월이 펼쳐놓은 짙은 초록을 따라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구룡포로 향했다. 바다를 품은 골목 위의 역사는 열 마리의 용이 승천하다 한 마리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만큼 궁금해진다.

구룡포는 포항 시내에서 생각보다 먼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30여 분 넘게 달려 입구에 들어서니 벌써 창밖으로 바다 내음이 훅 끼친다. 휴일을 맞아 아침 시간이 이제 막 지났음에도 주차장은 빈자리가 안 보일 정도였다.

줄지어 서 있는 대게 전문 간판을 배경으로 울산에서 온 대형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과 포항역에서 구룡표행 버스를 타고 왔을 전라도에서 온 학생들의 왁자한 소리가 출렁댔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곧바로 마주한 골목길로 접어드니 어렵지 않게 길을 걸을 수 있다. 먼저 구룡포 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지나는 길에 언뜻 보이는 ‘모리국수’는 구룡포를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다. 노포인 ‘까꾸네 모리국수’를 시작으로 모리국수를 파는 식당만도 열 개나 있을 정도다. 이제는 모리국수만을 먹기 위해 구룡포를 찾는 사람이 생길 정도라니 확실히 명물로 자리를 잡은 모양이다. 시장을 돌아 구룡포초등학교 앞에 70년 전통의 찐빵집으로 이름난 ‘철규분식’도 보인다. 오밀조밀 붙어있는 상가들 사이로 몇몇 사람들이 가게 안을 기웃거리다 이내 안으로 들어간다. 가게 안은 나무 테이블과 벤치 의자 네 개가 오랜 세월을 지켜온 듯했다. 양은 냄비의 국수와 접시에 담겨 나온 찐빵은 단순하고 투박해 보였지만 오래된 정이 느껴졌다.

찐빵집을 뒤로하고 일본인 가옥 거리로 가는 길은 여행객이 즐겨 찾는 골목길이다. 어린아이 손을 잡은 가족, 연인들은 물론 중년의 여행객들로 골목이 가득했다.

일본인 가옥 거리는 100여 년 전 일본인이 건너와 살았던 장소에 조성된 근대 문화 역사의 거리다. 2010년 포항시에서 일본인들의 풍요로운 모습을 재현하고 반대로 경제적으로나 생활적으로 그들에게 착취당했던 우리들의 모습을 남겨 기억하기 위해서 조성한 거리다. 일본 어부들이 살았던 이곳에는 현재 60여 개의 일본식 목조 건물이 남아있다고 한다. 거리는 대부분 상점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주택도 눈에 들어온다. 포항 여행으로 가볼 만한 곳인 이 거리는 호미곶과 내연산 등과 함께 포항의 12경 중 하나다.

이 골목에서는 드라마도 촬영되었다. 초등학교 때 재방송까지 열심히 챙겨봤던 ‘여명의 눈동자’와 동백이와 용식이의 ‘동백꽃 필 무렵’과 여러 예능까지 구룡포가 등장했다. 그 인기에 더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과메기 문화관에서 어촌문화까지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상회나 점빵이라는 말까지 정겹다. 피어라계단이라 불리는 중앙계단에 올라서면 구룡포항이 내려다보이고 옆에는 승천한 아홉 마리의 용의 동상이 함께한다. 이 계단에선 야간 볼거리로 미디어 아트도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구룡포를 소재로 삼은 문학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아동문학가 김일광 작가에서부터 소설가 성석제의 문학작품, 양광모 시인의 시에서도 배경이 되었다. 그림책에까지 구룡포가 등장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무료 주차장과 여행자플랫폼라운지까지 갖추고 있으니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 찾아와도 좋을 시장과 일본인 가옥 거리다. 구룡포는 바다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골목길에서 언제나 피어나고 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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