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경제에디터의 관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근교에 있는 US스틸의 제철공장의 연설에서 철강·알루미늄제품에 대한 관세를 오는 4일부터 현행 25%에서 50%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일본제철의 모리 다카히로(森高弘) 부회장 겸 부사장도 함께한 이날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매수에 따른 대규모 투자가 관세 정책의 성과라고 주장했다.
일본제철은 US스틸의 매수 의사를 밝힌 1년여 전부터 바이든 전 대통령의 US스틸 매수 거부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일본은 정부 지원을 받아 일본제철을 중심으로 고로·전기로를 불문하고 철강회사간 경쟁보다는 각자의 장점을 살리는 협업체계를 꾸준히 구축해왔다. 뿐만 아니라 일본 국내에서는 전기로 철강사를 완전 자회사화해 자국내 철강 공급망을 재편하는 한편 금속업계, 자동차업체 등 주요 수요산업과의 협업도 강화해왔다.
일본 정부는 국가전략 차원에서 철강과 금속, 그리고 수요산업까지 아우르며 국가의 근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치밀한 계획을 세워 이들 산업을 경제안보 관점에서 육성·보호해왔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31일 트럼프 행정부와 희토류, 조선, 반도체 등 경제안보와 관련한 4번째 관세 협상도 개시했다.
철강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제철이 1억t 규모의 조강생산체제를 구축해 중국의 독주를 막겠다는 전략 아래 US스틸 매수와 경영 안정화에 드는 시간벌기용으로 트럼프 정부로부터 50%의 관세를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위기는 단지 트럼프 정권의 관세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어느새 ‘철강은 국력’이라는 말이 잊혀진 것이다.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각종 철강 자재가 저가의 중국산 제품으로 대체된 지도 오래됐다. 그러는 동안 국내 중소형 철강사들은 경영난을 겪으며 신제품개발이나 새로운 고부가가치 제품의 개발은 꿈도 꾸지 못했다. 국가경쟁력의 근원이 철강이고 경제안보의 핵심임을 잊은 것이 지금의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며칠 후면 제21대 대통령이 취임한다. 국가 경쟁력의 기본은 제조업이고, 그 제조업의 경쟁력은 철강에서 나온다는 것을 새 정부는 반드시 경제정책에 각인시켜야만 한다. 철강소재부터 조립금속-자동차·조선 등 수요산업으로 이어지는 국가 전체의 공급망을 고려한 전략적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철강산업지원특별법’부터 당장 제정해야 마땅하다. 트럼프 관세로 촉발된 철강과 자동차의 위기는 경제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만 대한민국 경제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