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병원 기소 1년째, 6차 공판까지 증원 이어져 눈길
국내 의료계에서 관행처럼 이어지던 불법 의료행위가 근절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불법 의료행위 병원 행태가 속속 드러나 거센 비판을 사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는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증언들이 쏟아지는 만큼 강력한 처벌을 통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불법의료행위 근절을 외치는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지난 29일, Y병원의 K병원장 및 관계자 10명 등에 대한 6차 공판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됐다. 이날은 이들이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Y병원은 지난해 5월 29일 기소된 이후 1년여간 이어진 재판을 진행 중이다.
특히 Y병원의 대리·유령수술을 둘러싼 불법 정황들은 재판을 거듭할수록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어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날 6차 공판에서도 중요 증인이 출석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Y병원 수술실에서 순환 간호사로 일했던 공익제보자가 증인으로 참석해 증언을 이어갔다. 증인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증인은 본인이 목격한 사실과 병원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증인은 Y병원 수술실 근무 당시 K병원장이 집도의로 명시됐으나 실제로는 다른 의사가 수술을 진행했고, 그마저도 의사 대신 PA간호사가 봉합을 하고, 영업사원을 통해 대리수술이 진행된 부분 등에 대해 진술했다.
Y병원은 재판이 진행될수록 불법행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재판과정에서 대리수술에 가담했던 의료기기 회사 직원들이 Y병원에 상근하며 수술보조를 했다는 일관된 증언들이 나오기도 했다. 인공관절수술 시 영업사원 2명이 퍼스트와 세컨드 어시스트 역할을 맡는가 하면 환자의 뼈에 박혀 있는 핀을 제거하거나 수술 부위 봉합 시 가위로 자르는 행위, 수술 부위 소독도 비의료인이 담당했다는 등 증언이 이어지며 충격을 안겼다.
무엇보다 시민단체 측은 K병원장 측 변호인도 이같은 사실을 ‘셀프시인’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재판과정에서 K병원장 측 변호인은 영업사원이 환자의 뼈에 망치질을 한 사실에 대해 ‘뼈에 핀을 박는 것이 큰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보조적인 것이다’는 식의 발언을 내놨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일반의 상식과 감정에 배치되는 발언”이라며 “불법적인 대리수술을 대하는 이들의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 꼬집었다.
더욱이 Y병원 측은 지난해 검찰 기소 직후 대리·유령수술 혐의를 ‘단순한 수술보조 행위’라고 주장해왔으나 올해 초 Y병원 측 법률대리인이 한 시민단체를 상대로 진행한 가처분 신청 내용에서 “병원이 ‘팀제’ 수술 시스템을 통해 수술을 집도하며 집도의가 바쁘면 팀 소속의 다른 의사가 수술을 해왔다”고 주장하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시민단체는 이같은 병원 측 해명은 “스스로 유령수술 혐의를 시인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대리·유령수술로 인해 더이상 피해자들이 생겨서는 안된다며 무관용 원칙으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Y병원 기소 1년째인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 선 국민생명안전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의료행위는 중대 범죄라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불법 대리수술은 용납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강력히 비판하고 사법부의 엄정한 판결을 통해 의료계에 경종을 울려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환자들은 의사를 믿고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맡기는데, 면허도 없는 이들이 수술에 참여하고 심지어 뼈에 못을 박는 행위까지 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이는 환자 기만이자 명백한 생명 위협 행위이다. 돈벌이에 눈이 멀어 환자의 안전을 외면한 의료기관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는 대리·유령수술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솜방망이 처벌’과 의료기관의 ‘윤리 의식 부재’를 지적하며, 관련 법규의 강화와 의료인 면허 관리 시스템의 철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