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3 조기대선의 관전포인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독주 체제가 그대로 이어지느냐다.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 수치 등을 근거로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흐름을 보면 이재명 후보가 앞서고 있다. 경북매일신문사와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가 공동으로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차기 대선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자대결을 가정한 가상대결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10%p 이상 앞섰다. 그러나 남은 10여 일 동안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막판 보수 결집이 형성될 경우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재명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호텔경제론 발언 논란과 같은 악재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선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 대선을 10여일 앞둔 상황에서 TK표심 향방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는 TK에서 22.75%를 얻는 데 그쳤으나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TK에서 30%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신협·경북매일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TK에서 2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김문수 후보는 53%, 이준석 후보는 7%였다. 나머지 후보들은 각 1%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없다·모름/응답거절’의 무당층은 11%에 그쳤다. 전국을 대상으로 한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 46%, 김문수 후보 34%, 이준석 후보 11%순이었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을 더할 경우 초박빙 양상이다.
눈에 띄는 점은 이재명 후보가 TK에서 민주당 지지율(21%)보다 6%p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안동 출신이라는 점과 여러 차례 TK를 방문하며 주민들과 접촉면을 늘린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후보는 지난 3월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 고향인 안동으로 내려갔고, TK지역 산불 피해 주민들을 만나는가 하면 지난 13일 구미를 시작으로 대구와 포항에서 집중 유세를 벌이기도 했다. 특히 TK출신 권오을·이인기 전 의원 등을 영입함으로써 TK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TK에서 국민의힘(60%) 지지율보다 7%p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김문수 후보가 TK 국민의힘 지지율을 오롯이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현상은 국민의힘 후보 선정 과정에서 드러났던 단일화 내홍으로 인한 여파가 지속되면서 보수 결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또 국민의힘 경선에 출마했던 유력 후보들의 선거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국민의힘 ‘후보 교체 사태’의 주인공이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선대위 합류를 거절하고 정치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22일 김문수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는 전날 오후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한 전 총리와) 얼마 전에 식사를 하면서 ‘국민의힘 입당도 했는데 섭섭한게 많겠지만 도와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며 “그런데 ‘노(NO)’하더라”고 언급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역시 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뒤 탈당해 하와이로 떠났고 김문수 후보가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역시 거절했다. 이에 김문수 후보는 홍 전 시장의 선대위 합류를 위해 유상범·김대식 의원 등으로 구성된 특사단을 하와이로 보냈으나 홍 전 시장은 선대위에 합류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뒤늦게 선거운동에 합류한 한동훈 전 대표도 선거 운동복에는 ‘기호 2번’만 적었을 뿐, ‘김문수’ 후보의 이름은 없다. 경선 후보들조차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준데다 국민의힘 TK지자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의 선거운동만 활발할 뿐 국민의힘 TK의원들은 김문수 후보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며 항의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TK지역에서조차 차기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묻는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명 후보가 54%의 지지를 얻었고, 김문수 후보는 35%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친 것이다. TK시도민들의 대선에 대한 인식이 전국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양상이다. 전국을 대상으로 이재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66%다. 김문수 후보는 21%, 이준석 후보는 2%에 그쳤다.
그러다 보니 국민의힘에서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인 윤재옥 의원은 지난 주말 의원들에게 지지층 결집을 위한 총집결을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고 보고 김문수 후보 지지율을 하루에 1%씩 올려 대선 승리를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보수 단일화 성사 여부다. 국민의힘은 오는 25일 투표용지 인쇄를 앞두고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이준석 후보를 직접 만났고, 김문수 후보는 “이준석 후보는 모든 뿌리와 인간관계, 지향점이 국민의힘 쪽에 와 있다”며 “(개혁신당이) 독자 정당이라고 하지만 제대로 될 것이라고 이 후보도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정치 현실에서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마침내 (단일화가) 잘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준석 후보는 여전히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극적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이 사전투표 하루 전날인 2022년 3월 3일 극적인 단일화를 이룬 바 있다.
다만 이번 여론조사에서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이재명 후보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VS 김문수 대결에서 51%대 41%였고, 이재명 VS 이준석 대결에서는 50%대 38%였다. TK에서는 김문수 후보 63% VS 이재명 후보 28%였고, 이준석 후보 54% VS 이재명 후보 32%였다.
TK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단일화를 가정한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지만 이준석 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는 유권자들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현재는 단일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1대1 가상 양자대결 조사를 실시한 것이기에 이재명 후보가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일화가 되고,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공동 유세 등을 펼치며 남은 선거운동 기간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한다면 TK 결집 등을 통해 지난 대선 때와 같이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이재명 후보가 유리한 흐름이지만 단일화가 현실화됐을 때 결과는 섣불리 점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입법 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이 대선까지 승리하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있는 가운데 김문수-이준석 단일화가 성사되면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총결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TK 등 보수 지지층이 뭉쳐, 0.73%p로 차이로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5.8%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박형남·고세리기자, 대신협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