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불씨 이어가는 김문수-한덕수, 토론회 및 여론조사까지 속전속결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가 8일 다시 만나 후보 단일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이날 처음 대구·경북(TK) 지역 방문을 예고한 한 후보의 TK일정이 불가피하게 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 오후 2시 칠곡할매 예방, 오후 3시 10분 대구 제3산업단지 기업인 간담회 일정을 공지했다.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고, 추가 단일화 논의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지 않아 기존 일정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김 후보가 단일화 회동 결렬 뒤 두 시간 만에 입장문을 통해 “단일화 논의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해 한 후보에게 내일(8일) 추가 회동을 제안드린다”고 했고, 이후 한 후보 캠프 이정현 대변인도 “김 후보가 내일 회동을 제안한다면, 사전에 약속을 잡은 분들께 정중히 양해를 구한 뒤 최대한 기존 일정을 조정해 시간이 되는대로 김 후보를 만나뵙겠다”고 답했다.
다만 회동 시간을 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김 후보 측은 회동 제안 후 1시간 여 뒤인 밤 10시 30분 입장문을 통해 “김 후보가 단일화 불씨를 이어가기 위해 한 후보에게 (내일) 오후 4시에 뵙자고 직접 연락을 드렸다. (회동) 장소는 미정”이라고 공지했다.
이에 한 후보 측은 김 후보가 정식 협의 없이 회동 시간을 통보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저희들은 국민의힘 및 국민의힘 후보자가 제안하는 일정을 종합하여 최대한 기존 일정을 조정해 성실히 응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한 후보의 TK방문 일정 중 일부는 조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한 후보 측은 이날 오후 6시 국민의힘 후보 토론회 참석 후 김 후보를 만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김 후보를 포함해 국민의힘이 오후 4시 한 후보를 먼저 만나고 오후 6시 토론회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면 일정을 조정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국민의힘이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를 추진하기 위한 양자 토론회를 오후 6시에 열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당 지도부는 단일화에 사활을 걸고 김 후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9시 의원총회를 열고 전 당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단일화 찬반 여론조사를 공개했다. 응답자 중 86.7%가 ‘후보 등록 마감일(11일) 전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답했고, 82.82%가 단일화에 찬성한다는 내용이었다.
나아가 김 후보와 한 후보 간 양자토론회를 제안하는 동시에 한 명이라도 거절하면 토론을 진행하지 않지만 그 이후에 대선 후보 선호도를 조사하는 여론조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심야 비상대책회의와 당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준비한 단일화 로드맵에 따른 다음 단계는 오는 8일 오후 6시 인터넷과 유튜브 생중계를 통한 1대1 토론을 실시한다는 것”이라며 “(토론) 실시 이후 오후 7시부터 9일 오후 4시까지 당원 투표 50%와 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한 여론조사를 통해 대선 후보 선호도를 조사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나 한 후보가 토론이나 양자 여론조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진행되느냐는 질문에는 “후보들이 토론을 안 한다고 하면 성사되지 않는다”며 “토론이 성사되지 않으면 그 상태에서 양자 여론조사는 진행된다”고 답변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후보 의사와 무관한 TV토론과 여론조사 실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가 무리하게 단일화를 시도할 경우 법률적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