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동부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이재민 2800여 명이 잿더미가 된 집에 돌아갈 수 없는데도, 여야는 ‘산불 추경’ 편성에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그저께(31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하고 추경과 국회 일정 등을 논의했지만, 신경전만 벌이다 빈손으로 헤어졌다.
여당은 산불 대응을 위한 추경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정부가 제시한 10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즉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민생회복소비쿠폰’ 약 13조 원과 ‘지역화폐 발행’ 등 35조 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경북 산불 이재민 지원보다는 전 국민 현금살포에 추경편성의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이와관련,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산불 추경이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35조 원 규모의 ‘슈퍼 추경’편성을 고수하면서 “정부가 재난·재해 대응 등에 얼마나 소요되는지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어 최소한의 판단 근거조차 알 수 없다”고 했다.
산불피해 주민들로선 추경 편성이 분초를 다투는 일이다. 최근 보도를 보면, 영남권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 복구에는 최소 3∼4조 원 가량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재난대응 목적 예비비는 4000억 원 수준에 그쳐 추경편성 없이는 피해 복구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산불이 기승을 부릴 때 의성과 청송, 영양 등을 방문하면서 이재민들에게 피해복구를 반드시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당 차원의 대규모 산불 피해 지원 TF를 구성해 이재민 지원, 피해 복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겠다”면서 정부에 추경안을 신속히 제안하라고 촉구했다. 통상 정부에서 추경안이 제출되면 국회 본회의 통과에 걸리는 시간이 최소한 한 달은 소요된다. 민주당은 수천 명의 이재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 추경안을 이달 중에는 처리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