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군 석보면에서만 6명 숨져<br/>체육관에 있다 주민 부탁… 논두렁 차량 사고 질식사 안타까움<br/>대피하지 못한 3명은 집에 있다 변을 당해… 마을 주민들 “참담”
의성산불이 서풍을 타고 동해안으로 넘어오면서 영향권에 있던 영양에서도 6명이 숨졌다. 사망자는 모두 석보면 관내에서 나왔다.
특히 지난 25일 긴급대피 하라는 안내 문자를 받고 영양군민체육관으로 피신했던 3명은 농기계를 치워달라는 전화를 받은 후 집으로 향하던 중 질식사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석보면 포산리 권 모(65)씨는 불이 번져오자 이날 오후 6시쯤 부인 우 모(60)씨, 손위 처남댁 류모(62)씨와 함께 영양군민체육관으로 대피했다.
그러나 마을에서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 “트랙터를 치워달라”고 하자 부인, 처남댁을 태우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이때가 오후 7시쯤이었다. 조금 달리니 도로변에 연기가 가득했다. 당연히 차량을 돌려야 했으나 평생을 함께 한 동네 주민의 부탁이었던 만큼 그대로 차를 몰았다.
마음이 앞섰던 권씨는 10여분을 달리다 앞이 잘 안보이자 운전 부주의로 차량을 논두렁에 처박는 사고를 냈다. 부인, 처남댁과 사고 차량을 빠져 나온 권씨는 사방에 불길이 보이자 급한 나머지 함께 물을 대는 농수로 관으로 들어갔다.
순간적으로 선택한 응급 피신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이 생의 마지막이었다. 권 씨 등 3명은 산불 복사열로 농수로관이 데워지면서 그 안에서 질식사 했다. 집으로 향하던 것을 걱정하던 주민들이 수시로 연락했지만 통화가 연결되지 않자 오후 7시15분쯤 군에 위치추적을 신고했다.
불길이 지나간 후 현장에 도착한 진화대원들은 이들 3명이 숨졌음을 확인하고 울음을 삼켰다. 전화 한통이 낳은 비참한 참사였다.
석보면에서는 이들 외 3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이들은 모두 대피하지 못하고 집에 있다가 변을 당했다.
화마가 휩쓸고 간 다음날(26일) 오전 석보면 삼의1리 권영선ㆍ우분선 이장 부부 집을 찾았다. 아직까지 거실등이 그대로 켜져 있어 집주인이 잠시 외출한 듯 너무나 평온해 보였다. 모두 6명의 주민이 참변을 당한 이 마을은 주민들이 모두 군민회관으로 피난을 떠나 텅비어 있다.
숨진 주민들은 영양병원에 안치돼 있다. 신원 파악을 위한 부검절차가 남아 있어 장례식장도 만들지 못했다. 그러니 아직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영양군은 불이 나자 주민 1300여명을 긴급 대피시키는 등 분주히 움직였으나 인명피해를 막지 못했다. 산불은 26일 오후까지 꺼지지 않고 계속 번졌다.
/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