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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친절 한가득 싣고 ‘뛰뛰빵빵’

단정민기자
등록일 2025-03-18 20:07 게재일 2025-03-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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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시내버스 구룡포행 900번 운전기사 강성진 씨의 ‘선한 영향력’<br/>  모든 탑승객에 살가운 인사나눔<br/>“하루가 즐거워요” 진심 알아줘<br/>  강 씨 “안전운행으로 보답할것”
18일 오전 강성진 씨가 버스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단정민기자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18일 오전 7시 50분쯤 포항시 북구 두호동의 한 버스정류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길 버스를 타려는 승객들로 붐볐다.

남구 구룡포행 900번 버스에 오르자 기사 강성진(39)씨가 환한 미소로 “어서오세요”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승객들의 반응도 따뜻했다. 승객들은 그의 인사에 가볍게 목례를 하거나, “수고 많으십니다”라며 화답했다.

승객 최모씨(60)는 “설머리물회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는데, 두호동행정복지센터·영일대해수욕장·국민건강보험공단을 거쳐 (내가) 중앙상가 정류장에 내릴때까지 9개 정류장에 정차할때 마다 승객 한사람 한사람에게 빠짐없이 인사하는 것을 보고 ‘저렇게 친절한 기사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 60대 여성 승객은 강씨의 인사를 보며 “저러다 기사님 목이 다 쉬겠네”라며 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50대 남성 승객은 “이런 기사님들이 많다면 시내버스 타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고 칭찬했다. 옆에 앉았던 한 승객은 “하차 울림벨을 조금 늦게 눌렀다고 손님이 무안할 정도로 나무라거나, 운행 중 다른 차량이 끼어들기를 했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기사들도 제법 있던데, 이 버스 기사님은 승객을 참 많이 배려하는것 같다”고 했다.

시내 건축사무소에서 일을 한다는 박모씨(48)는 “아침 마다 그날 할 일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고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버스 기사님의 상큼한 아침인사를 받으니 웬지 오늘 하루가 즐거워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의 친절한 모습 덕분인지 버스 안 분위기도 매우 평온했다.

바쁜 출근길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큰소리로 업무통화를 하거나 옆사람과 시끄럽게 대화하는 승객은 한 명도 없었다. 모두가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거나 책을 읽으며 차내 예절을 지켰다.

연세가 많아 보이는 어르신이 버스에 오르자 30대 초반의 한 승객은 “어르신, 여기 앉으세요”라며 자리를 양보했다. 중년 여성 승객은 8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방지턱을 넘는 버스에 몸이 흔들리자 넘어지지 않도록 옆에서 붙잡아주는 훈훈한 장면도 연출됐다.

버스 기사로 일한 지 2년이 된 강 씨는 매일 아침 승객들과의 첫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는 “모르는 승객들과의 만남이지만,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며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태워드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승객들이 하차할 때 ‘기사님, 너무 친절하시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하루가 힘이 난다”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부산 출신인 강 씨는 결혼 후 아내의 고향인 포항으로 이사를 와 버스 기사일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이 일을 사랑하게 됐다”며 “승객들과 소통하며 하루 하루 안전하게 일정을 마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승객들을 안전하게 내려드리고 나면 안도감이 들고, 내일도 승객들을 친절하게 모셔야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덧붙였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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