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이'는 울릉도 심심 산골 눈 속에서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고 봄에 싹을 틔워 울릉주민들이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북돋아 주는 봄철 최고의 특산품이다.
그 명품 `명이`가 내륙지방에서 대량 재배돼 유통되면서 울릉도 고유명인 ‘명이’ 이름을 잃어가고 있다.
울릉도 명이는 자라는 환경과 토질이 전혀 달라 육지 산마늘과는 비교가 안 된다. 쌉싸래하면서 맵고 달콤한 그 맛은 독특, 육지에서 대량 재배되는 생산품과는 에초부터 차원이 다르다.
'명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울릉도로 이주해 온 개척민들이 이른 봄 먹을 것이 없자 명이를 먹고 명을 이었다 해서 지어 졌다. 60년대 만해도 마늘처럼 생긴 명이의 뿌리는 말린 뒤 가루를 만들어 다양하게 음식재료로 이용했고, 줄기는 김치로 잎은 쌈을 싸서 먹었다.
울릉도 토속 주민들은 명이나물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명이(맹이)라고 부른다. 생명을 이어준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그 이름에도 격을 붙이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지금도 '명이'하면 웬지 마음이 찡하다. 향토 식물로 울릉의 섬 애환을 같이 해 왔기 때문이다.
그 '명이'가 육지에서 지금 고유의 맛을 잃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다. 돌아보면 '명이'가 이 지경이 된데는 울릉주민들의 책임도 크다.
우선은 울릉은 '명이'라는 상표등록을 했어야 했다. 그걸 안해 놓은 탓에 명이가 돈이 되자 뿌리가 육지로 무분별하게 반출됐고 시험재배들을 거쳐 본격적으로 대량 수확되고 있다. 뒤늦게 원래 이름을 유지하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차 떠난 뒤 손 흔드는 격이 됐다.
울릉도 명이는 생채로 먹어야 독특하고 신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해상교통이 원활하기 전 명이의 생채 반출이 어렵자 절임을 통해 대량 반출시킨 장본인들도 울릉주민들이다.
특히 명이 절임을 위해 설탕, 간장 등 각종 조미료가 들어가면서 육지에서 생산된 산마늘 절임과 맛이 큰 차이가 없게 됐다. 명이는 산마늘과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결국 조미료가 맛을 내도록 해 분별력이 크게 떨어져 버린 것이다.
울릉도 명이는 화산섬에서 겨우내 2~3m가 넘는 눈 속과 나무가 우거진 그늘에서 어렵게 자란다. 하지만, 육지 산마늘은 주로 시설하우스에서 재배되거나 산에서 자생한다해도 산새가 험하고 그늘지고 습한 화산섬 눈 속에 자라는 울릉도 명이와 식생환경이 전혀 다르다. 때늦었지만 '명이' 제이름 찾기가 시급하다. 울릉군에서 본격 나서줬으면 한다.
육지에는 산마늘이라는 학명이 있다. 그걸 사용하는 것이 합당하다. 작금 육지에서 사용하는 '명이'라는 명칭은 솔직히 상표 도용이라 할 수 있다. 비록 당국의 허술한 대처로 등록은 못했지만 겨우내 굶주렸던 울릉도 개척민들의 허기를 채워주며 생명을 이어줬던 '명이'의 고귀한 이름을 본래 제 자리로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
지난 2019년 최혁재 창원대 교수, 한국한의학연구원 양성규 박사, 국립수목원 양종철 박사, 러시아의 니콜라이 프리센 박사가 참여한 공동연구팀이 전세계에 분포하는 10여 종의 자생 산마늘을 조사한 적 있다.
그 결과 ‘명이’는 울릉도가 생성된 직후인 약 157만 년 전부터 울릉도에 자생하기 시작한 고유종으로, ‘Allium ulleungense’라는 학명의 새로운 종으로 학계에 보고돼 육지의 산마늘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게 밝혀졌다.
산마늘이 육지 어느 곳이든 생산되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재배 여건과 환경이 완전히 다르고 종자도 다른데 '명이'란 이름을 붙이는 것은 맞지 않다. '명이'는 울릉도에서만 사용되는 고유 명칭으로 육지 산마늘과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또한, 울릉군이나 농협, 명이 농가도 명이 상품 차별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명이와 산마늘을 구분할 수만 있으면 구태여 '명이' 이름을 찾지 않아도 산마늘이 명이로 변할 수 없을 것이다.
/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