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예회관 ‘스페이스 하이브’ 개관기념전 ‘한국추상미술 하이라이트’<br/>한국 대표 추상미술작가 57명 <br/>독창적이고 개성있는 60여 점<br/>5개 주제 시대별 양식 특징 조망
추상미술은 대상을 주관적 인식에 따라 표현하며, 구체적 재현보다는 작가의 감정과 해석을 중시한다. 외부 세계나 사회적 현실과 무관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시대상을 반영하는 예술이다. 작가의 무의식 세계를 화면에 구현함으로써 예술의 본질을 탐구한다.
각 시대의 사회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발전해 온 한국 추상미술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전시 전용공간인 스페이스 하이브에서 4월 13일까지 열리고 있는 ‘한국추상미술 하이라이트’전은 추상미술의 주요 작가와 경향을 한눈에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추상미술 전개에 있어 중요 역할을 담당했던 영남 추상미술 작가들의 작품도 만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가는 박서보, 김창열, 이강소 등 모두 57명이며, 개성적이면서도 독특한 상상력이 발현된 작품들로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김희철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스페이스 하이브 개관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가 한국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시대별 양식의 특징을 조망하고, 한국 추상미술의 정수를 감상하며 한국 미술의 흐름을 살펴보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모두 5개 주제로 구성됐다.
첫 번째 ‘동시대 추상의 전개’는 대구를 비롯한 국내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동시대 추상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 전시는 다층적이고 다원적인 표현 방식을 통해 다양한 매체와 작가 정신이 결합된 형태의 작업을 펼치는 작가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곽훈, 권정호, 김결수, 김구림, 김영세, 김호득, 권오봉, 남춘모, 박두영, 박종규, 백미혜, 송광익, 이교준, 정은주, 차계남, 홍현기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두 번째 섹션인 ‘단색화’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적 모노크롬(monochrome) 회화의 흐름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단색화는 한국적 미니멀리즘으로 평가받으며, 화면의 환영적 요소를 배제하고 동양적 정신성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섹션에는 김기린, 김창열, 박서보, 서승원, 유희영, 유병수, 윤형근, 이동엽, 이우환, 최명영 등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세 번째 섹션인 ‘사물과 신체’에서는 사물과 이미지, 그리고 신체와 현상 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1974년부터 1979년까지 열린 ‘대구현대미술제’에서 비디오,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세계의 현상을 조망했던 작품들도 함께 소개된다. 이번 섹션에서는 곽인식, 김구림, 박현기, 신성희, 이강소, 이건용, 이명미, 이배, 이향미, 최병소, 한영섭 등의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네 번째 섹션인 ‘앵포르멜과 기하학’에서는 사회적 변화와 예술 사조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1960년대 전후로 일어난 4·19 혁명과 국전의 경직성에 대한 저항 정신을 바탕으로 형성된 앵포르멜 미술과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기하학적 추상의 전개 과정을 조망한다. 전시작가로는 류경채, 박광호, 문곤, 문종옥, 유병수, 이동진, 이영륭, 이향미, 장석수, 정은기, 최영조, 최욱경, 최학노 등이 포함된다.
마지막 ‘형상에서 추상으로’는 초기 한국 추상화의 시작과 한국화의 현대화를 조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한국의 자연과 정서를 반영한 작품들을 통해 한국 추상미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김환기, 남관, 서세옥, 유영국, 이성자, 이응노, 정점식, 정창섭, 최만린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관람객들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1층 5개 전시실을 기획전시 전용공간 스페이스 하이브로 조성했다. 하이브는 회관 건축 디자인의 육각 벌집 구조를 상징하며, 대구 미술의 기반을 다지는 공간으로 조화, 연대, 강인함을 담았다. 35년간 지역 시민과 예술가들을 위한 기획전을 개최해온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이번 개관을 통해 체계적이고 수준 높은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