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라는 게 정해져 있는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그냥 인간은 주어진 것 없이 바람처럼 떠다니는 건지, 두 가지 중 어떤 것인지 의문이 들 때에 보는 영화. 새로운 해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포레스트 검프’를 꺼내어 봤다.
극중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는 IQ75의 경계선 지능장애로 척추가 굽어 다리에 보조장치를 달고 다니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마을 사람들이 검프를 무례하게 쳐다보아도, 다른 아이들과 달리 지능이 현저히 낮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교장 선생님의 말에도 그의 어머니는 포레스트는 남들과 다르지 않음을 상기시키고, 늘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포레스트는 성인이 되어서까지 또래 친구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그런 포레스트에게 처음 손을 내민 것은 또래 여자아이 ‘제니’뿐이었다.
성인이 돼 제니와 길을 걷던 어느 날, 마을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포레스트. 그 괴롭힘을 피하기 위해 내달렸을 뿐인데 너무 빠르게 달린 나머지 미식 축구 감독 눈에 띄게 된다. 포레스트의 달리기 실력을 보고 감동을 받은 축구 감독은 그를 대학으로 이끌게 되고, 입학 이후에도 달리기 실력 덕분에 엄청난 활약을 하게 된다. 결국 전미 대표팀 선발, 대통령상까지 받으며 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졸업식에선 우연히 군 입대 팸플릿을 받게 되고, 그 길로 군대에 입대하게 된 포레스트. 그곳에서 친구 버바를 만나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베트남 전쟁에 참가하게 되고, 정글 속 격투에서 친구 버바를 놓치게 된다. 버바를 구하기 위해 정글을 헤매보지만 다른 전우들을 구출할 뿐, 너무 늦게 버바를 구한 탓인지 그의 목숨은 얼마 지나지 않아 끊어지고 만다.
버바를 잃어 슬픔을 겪는 포레스트지만, 그 와중에 여러 전우의 목숨을 구한 공로로 대통령 명예훈장을 받게 된다. 그 와중 또다시 우연히 탁구를 하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탁구에도 소질이 있던 포레스트는 전국을 돌며 위문공연을 다닌다. 머지않아 미국 탁구 대표팀까지 들어가 실력을 인정받으며, 탁구로 중국에 간 첫 미국인이라는 기록마저 세우게 된다.
우연히 발길 가는 대로 뻗을 뿐인데, 모든 것을 타고난 능력 마냥 뛰어나게 소화하는 포레스트지만 언제나 운이 따라주진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은 포레스트는 급히 고향으로 가지만, 어머니의 병은 매우 심각해졌고 살 날이 많지 않다는 말을 듣고 만다.
포레스트는 예기치 못한 이별을 준비하게 되고, 어머니는 포레스트에게 신이 주신 능력으로 최선을 다할 것을 이야기한다. 포레스트가 신이 준 운명이 무엇이냐고 묻자, 어머니는 그것은 자신이 개척해나가는 것이라며 “인생은 하나의 초콜릿 상자와도 같아, 무엇이 들어있을지 아무것도 알 수 없거든”이란 말을 남기며 죽음에 이른다.
어머니의 죽음, 제니와의 거듭되는 이별로 지친 포레스트는 결국 어느 날 갑자기 무작정 집을 나서 달리기 시작한다. 앨라베마주를 횡단하고 또다른 목적지, 더 나아가 더 멀리 있는 목적지를 향해 뛰며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며 이별의 슬픔을 묵묵히 견딘다. 포레스트의 이유 없는 달리기는 뉴스에 보도되기 시작했고 그의 행동에 영감 받은 추종자들이 늘지만 포레스트는 꿋꿋하게 3년 2개월 간 꾸준히 달린다.
견딜 수 없는 슬픔의 순간이 조금 물러났을까. 3년이 지나고 나서야 포레스트는 이제 집에 가야겠다며 달리기를 문득 멈춘다. 다시금 고향으로 돌아간 포레스트는 자신을 만나러 오라는 제니의 편지를 받고 제니에게로 향한다.
영화 속 포레스트는 제니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준다. 제니는 삶을 이리저리 방황하지만 그런 제니 곁을 맴돌며 포레스트는 묵묵히 기다린다. 그 와중에 초콜릿 상자 속 초콜릿을 하나씩 꺼내어 먹듯, 주어진 삶을 착실하게 살아낸다. 어떠한 불만도 없이, 하나의 길을 착실하게 개척해나가며 늘 좋은 성과를 낸다.
물론 성과가 좋다고 해서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는다. 총알이 빗발치는 베트남 전쟁에서 별을 보았던 것. 바다에서 지는 태양, 사막에서 떠오르는 태양 등 그는 외로움과 공허의 시간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이었고, 그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결국 그가 갖고 싶었던 모든 사랑의 형태는 자신을 떠나갔지만 그럼에도 포레스트는 운명이 주어진 것처럼, 또는 바람처럼 떠다니며 살아간다.
새해가 밝았다. 영화의 엔딩 장면에 화면을 멈추고선 새로운 해의 태양을 맞이해본다. 올해의 내가 바람 같은 일들에서 씩씩히 살아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