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주로 사타구니 혈관 이용<br/>출혈합병증으로 사망 리스크 ↑<br/>‘손등동맥’ 위험성 적고 비용도 ↓
우리나라 성인의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는 심장질환이다. 이는 암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원인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26.1명에 달한다.
심장 질환의 종류는 다양하다. 이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관상동맥질환이다. 대표적으로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이 포함된다. 심근경색은 급작스러운 발병 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질환으로 꼽힌다.
이렇다보니 관상동맥질환치료법은 꾸준히 진화해 왔다. 치료는 단순히 생명을 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관상동맥조영술을 들 수 있다. 이는 심장혈관을 관찰하는데 목적이있다. 대퇴부나 손목혈관에 얇은 관을 넣어 심장혈관이 막힌 위치와 어느 정도 좁아졌는지 관찰할 수 있다. 협심증, 심근경색증진단에 꼭 필요한 검사다. 검사중좁아진혈관을 발견하면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 죽상경화증을 앓는 사람이 흉통을 호소하는 경우에도 시행한다.
과거에는 주로 사타구니 부위의 대퇴동맥을 통해 관상동맥조영술과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대퇴동맥접근법은 출혈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입원기간이 길어져 비용상승이라는 한계를 지녔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요골동맥(손등동맥)접근법이 주목받고 있다. 말 그대로 손등에 위치한 동맥을 통해 관상동맥조영술과중재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응급한 급성심근경색환자에게도 사용된다.
특히 2015년유럽심장학회는 심근경색을 포함한 급성관상동맥증후군치료에서 요골동맥접근법을클래스Ⅰ권장사항으로 제시했다. 이는 요골동맥접근법이 관상동맥질환치료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요골동맥접근법은 한 번 더 진화한다. 2017년 키메네(Kiemeneij)박사가 기존 요골동맥접근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원위부요골동맥접근법을 제안했다. 기존방법보다 요골동맥폐쇄율이 낮고, 조기지혈과 낮은 통증 수준을 제공하며 환자의 만족도를 높인다. 특히 요골동맥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어 향후 투석시동정맥루, 관상동맥 우회이식 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시술시 환자의 팔위치가 더 편안하며, 시술자가 손등부위를 이용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점에서 기존 방법에 비해 진일보한 기술로 평가된다.
원위부요골동맥접근법은 혁신적인 치료법이지만 한계도 존재한다. 동맥의 크기가 작아 천자가 어려울 수 있으며, 초심자가 시행할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또한, 동맥이 일반적인 진입부위 보다아래에 위치해 카테터가 짧아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초음파를 활용한 시술이 도입되고 있다. 초음파를 통해 혈관의 크기와 주위구조물을 확인하며, 안전하고 성공적인 시술이 가능하다.
필자 역시 이를 활용한 ‘초음파유도원위부요골동맥을 이용한 심혈관조영술 및 시술’원위부요골동맥을 이용한 심혈관조영술 및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포항에서 초음파를 더한 해당 치료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처음이다.
혈관촬영 전후 요골동맥을 초음파로 측정해 조영술이 적합한지 확인하고, 합병증 여부 파악에도 활용한다. 혈관촬영을 위한 새장비(probe, 탐촉자)도도입했다. 시술 전후로 혈관상태를 철저히 체크해 시술성공률을 높이고 합병증을 최소화한다.
관상동맥질환치료는 이제 생명을 구하는 단계를 넘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원위부요골동맥접근법도이중하나다. 환자 중심의 치료방향을 제시하며 심장질환치료의 새로운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