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빙’ 불완전판매 여전히 기승
A씨는 최근 백화점에서 카드모집인을 통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리볼빙(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 서비스에 가입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당시 모집인은 리볼빙에 대한 설명 없이 “여기 동그라미 친 곳에 서명하시면 됩니다”라는 안내만 했고 A씨는 의심 없이 서명했다. 이후 A씨는 모집인에게 전화해 리볼빙 가입 취소를 요청했으나 “돈이 나가는 게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에 리볼빙의 공격적 영업을 자제하라고 지도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완전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리볼빙은 평균 연 금리가 17%를 웃도는 고위험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고객들에게 권유되고 있다.
실제로 리볼빙 불완전판매 사례는 흔하다. 지난달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B씨는 카드사로부터 리볼빙 권유 전화를 받았다. 상담원은 “최소결제비율(약정결제비율)을 20%로 설정해 두고 그냥 사용하면 된다”며 “특별히 신경 쓸 것이 없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소결제비율을 20%로 설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의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을 다음 달로 이월하는 방식이다. 비율은 고객이 10%에서 100% 사이로 선택할 수 있지만 비율이 낮을수록 미뤄지는 금액이 커져 나중에 갚아야 할 빚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예를 들어 최소결제비율이 20%라면 카드 대금의 20%만 결제되고 나머지 80%는 다음 달로 넘어가게 된다. 이 미뤄진 금액에는 높은 금리가 붙는다. 특히 리볼빙 금리는 법정 최고금리(20%)에 근접할 만큼 높아 무심코 사용했다가는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고객에게 적용한 리볼빙 금리는 평균 15.718.39%로 드러났다. 신용점수가 낮은 고객(700점 이하)에게는 17.2519.43%의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됐다. 신용도가 낮은 이들에게 더욱 불리한 조건이 적용되는 셈이다.
이처럼 고위험 상품인 리볼빙을 권유할 때는 반드시 위험성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감독규정은 카드사가 리볼빙을 권유할 때 △리볼빙이 신용카드 발급에 필수조건이 아님 △리볼빙 이용 시 신용점수 하락 가능성 △결제금액 증가 위험성 등을 포함한 내용을 설명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2022년에는 리볼빙 설명 의무를 강화한 가이드라인도 추가됐다. 이 가이드라인은 카드모집인이 고객에게 설명서를 제공하고 이를 구두로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텔레마케팅(TM)을 통한 권유 시에도 고객의 이해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의무화했다.
그럼에도 카드사는 여전히 리볼빙을 고객에게 유리한 서비스처럼 홍보하고 있다. 앱에서는 “결제금액이 부담될 때 최소결제를 이용해 보세요”와 같은 혼동을 줄 수 있는 문구가 사용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금융당국은 1년 전 카드사에 리볼빙 영업을 자제하라고 재차 지시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월 2회 교육과 미스터리 쇼핑 등을 통해 정도영업과 완전판매를 강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