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당신은 지금 잘못된 상처 치료를 하고 있다
‘상처에 물이 가도 되나요?’, ‘딱지가 생기면 좋은 건가요?’
‘물집은 터트려야 하나요?’, ‘상처를 알코올이나 과산화수소수로 자주 소독하면 좋을까요?’
외래에서 상처가 있는 환자와 보호자로부터 하루에도 수십 번 이상 듣고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위의 내용은 가장 빈도 높은 질문인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마도 여러분의 95% 이상이 생각하고 계신 답과 다를 겁니다. 이건 병원의 의료진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9월 포항시의사회 행사에서 주변 전문의와 이야기해보고 확인했습니다. 의사도, 전문의도 상처 치료에 대해 잘못 알고 있거나 상당히 무지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상처 치유에 대한 지식이 최근 많이 늘어나 상처 드레싱에 대한 개념이 바뀐 게 많지만, 오래전부터 관습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이 굳은 까닭인 듯합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속 시원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 상처 물에 닿아도 된다
우선, ‘상처에 물이 가도 되나요?’
외래에서 설명하면 가장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습니다.저도 약 10년 전까지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10살 무렵, 무릎이 찢어져 몇 바늘 봉합한 후 시내 한 외과의원 원장님이 ‘실밥 뽑을 때까지는 물에 넣지 마라’는 명령을 내렸고 그 말을 철석같이 따랐습니다. 그 이후로도 그게 당연한 사실처럼 여겼고, 진리라고 여기다가 10여 년 전 어느 날 의문이 생겨 조사를 해보니 아니었습니다. 세안이나 샤워를 2~3일만 안 하면 어떤가요? 아마도 가려워 미칠 지경일 겁니다. 피지와 땀 같은 분비물과 각질들이 쌓여서 피부 상주균이 증식하기 아주 좋은 환경으로 변해 가려움과 염증을 유발하고 그로 인한 불쾌감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잘 겁니다.
그런데 상처가 생기면 우리 몸의 제1차 방어벽인 피부가 손상된 상태인데, 이 상처가 다 나을 때까지 씻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요?
조금만 생각해 보면 분명 이상한 일인데 크게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지내왔습니다. 외래에서 상처를 물에 씻어도 된다는 설명을 하면 약 2~3초간 정적이 흐릅니다.
아마도 환자는 의사가 말을 잘못했거나,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통증에 너무 민감해서 씻는 걸 포기하는 분도 있습니다. 씻은 후에는 다시 상처 드레싱을 해야 하는데 이 역시 아프고, 귀찮아서 씻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샤워할 때는 상처 부위를 랩으로 여러 겹 감싸고,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서 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 상처는 수돗물과 비누로 씻어야
상처는 씻어야 합니다. 그것도 비누와 수돗물로 말입니다. 다만, 상처가 생겨 피부가 약해졌으니, 비누와 물을 사용해 씻더라도 때 밀듯이 세게 문지르는 등 물리적 충격을 주지 말아야 합니다. 비누 거품을 상처에 바르고 흐르는 물로 가볍게 씻어 내면 됩니다. 그러나 욕조처럼 고인 물에 장시간 상처를 장시간 담그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수돗물로 씻는 걸 걱정해서 약국에서 생리식염수를 사서 사용하는 것이 더 좋지 않냐고 질문하는 분도 있으나,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수돗물은 마셔도 될 만큼 아주 깨끗하고, 물로 씻어주는 이유는 상처에서 나온 진물과 피부 분비물을 제거해 세균이 쉽게 증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적당한 물로 충분한 시간 동안 씻어줘야 합니다. 이 요령은 봉합한 상처뿐 아니라, 찰과상이나 크지 않은 화상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씻은 후 병원에서 드레싱한 그대로 다시 덮어주면 됩니다.
적절한 드레싱 방법은 다음 호 병원 신문이나 우리 병원 성형외과에 문의하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제 어릴 적 경험처럼 의료진 말은 다른 사람의 어떤 말보다 강력한 파급력과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내용이라면 부작용은 훨씬 클 수 있습니다. 상처에 물이 가지 않도록 하라고 말하는 당신은 지금 잘못된 정보를 주고 있습니다. 이제, 올바른 상처 관리로 흉터가 생기지 않거나 최소화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