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폐교 대학 20곳 중 4곳 대구경북지역 위치<br/>신입생 모집·재정적 문제 등 지방대학 구조조정 불가피<br/>글로벌 경쟁력·지역발전 위한 지속 가능 교육체제 필요
“마치 내 학창시절이 부정당한 느낌? 기분이 좋진 않죠.”
대구 효성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박덕숙(56)씨는 대한민국 내 대학 통폐합을 겪은 1세대 졸업생이다. 이제는 사뭇 낯선 이름의 ‘효성여대’는 학교의 입결 및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대구내 가톨릭대학교와 통합했다. 학교 통합과 함께 폐교 수순을 밟았고 ‘효성가톨릭대학’ 등으로 불려지다가 현재의 이름인 ‘대구가톨릭대학교’로 자리잡았다.
이렇듯 처음에는 대학 경쟁력을 위해서 학교가 통폐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재는 그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대학의 경우 2000년 이후 신입생이 없어 폐교된 학교는 20여개. 그중 4개는 대구경북소재의 대학이다. 건동대학교, 대구외국어대학교, 경북외국어대학교 그리고 전문대인 대구미래대학교까지 일제히 학생충원 난으로 문을 닫았다. 대학은 신입생 충원이 어려워 우선적으로 폐과 및 과 통폐합을 진행하기도 한다.
올해 대구대학교에서는 사회학과 장례식이 진행됐다. 대구대 측에서 신입생 충원이 되지 않는 사회학과, 법학부, 전자전기공학부(정보통신공학전공), AI(인공지능)학과 등 6개 학과의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기로 한 것.
주변학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신입생이 없는 과에 대해 폐과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학령인구는 점차 줄고 있고, 발전하는 기술 속에도 아이러니하게 학문의 선택권은 점차 좁아지고 있다. 2024년, 지방 대학이 추구하는 현재의 생존 방향과 통폐합의 양상을 둘러본다면 대학의 미래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 경북대·포스텍 등 15개 대학, 신설된 학과 260개… ‘생존 몸부림’
작년 기준, 지난 10년 동안 대구·경북 4년제 대학에서 신설된 학과는 260개, 통폐합 학과 역시 260개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포함된 대학은 경북대·경운대·경일대·경주대·계명대·금오공대·김천대·대구가톨릭대·대구대·대구예술대·대구한의대·안동대·영남대·위덕대·포항공대 등 15개 대학이다.
이 중 대구한의대학교의 경우 62개의 과가 통폐합이 됐으며, 66개의 과가 신설됐다. 대구한의대측은 “대학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전반적인 과 개편을 시행했다”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변화”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학에서는 통폐합을 막는 방안 중 하나로 글로컬대학 지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방대의 소멸을 막아라…‘글로컬 대학 30’
글로컬은 세계화를 뜻하는 글로벌(Global)과 지역화를 뜻하는 로컬(Local)의 합성어.
현정부 교육부가 2026년까지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글로컬(Glocal) 대학’으로 지정해 지원하는 정책 사업이다. 교육부는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구조의 변화 속에서 지역을 발전시키는 혁신 생태계의 중심이자 경쟁력 있는 지역대학 육성을 위해 글로컬대학3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대구·경북 글로컬대학은 어디?
현재 해당 사업을 통해 선정된 대구·경북의 글로컬 대학은 2023년도 △안동대학교+경북도립대학교(연합) △포항공과대학교, 2024년도 △경북대학교 △대구한의대학교 △한동대학교가 있다. 이 외에는 영남대학교와 금오공과대학교가 연합으로 예비선정됐다. 특히 한동대학교는 2023년 지정 당시 ‘학생의 전공선택권을 100% 무제한 보장, 융복합 교육 기반의 문제 해결형 원칼리지’라는 파격적인 슬로건으로 눈길을 끌었다.
◇학령인구 감소가 만든 학교 형태의 변화
이현민 교육학 박사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여러 학교가 공동으로 캠퍼스를 운영하는 방식도 늘고 있다”며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학생들에게 더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글로컬대학은 지역사회의 문화적, 사회적 중심지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며 “학령인구 감소는 교육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미래 교육에 대한 새로운 방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채은기자 gkacodms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