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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보다는

등록일 2024-11-03 18:51 게재일 2024-11-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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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작가
유영희 작가

10월 7일 시작한 국정 감사가 11월 1일 끝났다. 정기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 감사는 보통 9월부터 12월 사이에 열리는 정기국회 중간에 이루어진다. 국회의 17개 상임위원회는 해당 담당 기관의 예산이나 정책 등을 감시하고 평가한 후 시정 조치를 요구한다. 국정 감사는 1948년에 시작되었는데 유신독재가 시작된 1972년에 중단되었다가 1987년 9차 개헌 후 다시 시작되어 오늘에 이른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행정기관을 점검하는 일은 민주주의 실현에 꼭 필요한 일이다. 감사 대상이 되는 사건을 선택하는 것 못지않게 선택한 사건을 어떻게 감사할 것인가 하는 방법의 문제도 중요하다. 감사를 잘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잘해야 한다. 주관적인 견해를 묻는 것처럼 질문하거나 열린 질문 방식은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다.

정동영 의원이 조혜진 KBS노조수석본부장을 증인으로 불러서 폐지된 여러 프로그램을 거론하며 ‘KBS의 제작 자율성 파괴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라고 질문했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아쉬움이 있다. 하나는 KBS 제작 자율성이 파괴되고 있다고 자기가 미리 결론을 냈다는 점이다. 박민 사장이 제작 자율성이 파괴되지 않았다고 답변해버리면 더 이상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민 사장은 자율성 침해 아니라고 답했다. ‘어떻게 보십니까?’라고 질문하면 답변도 주관적인 견해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로 박민 사장이 프로그램 폐지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답변하자 조혜진 피디는 지시하지 않았어도 책임은 있다고 답한다. 이러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 대신 구체적으로 하나를 선택하여 질문하는 것이 좋다. 시청자가 가장 좋아한 프로그램으로 꼽혔던 ‘더 라이브’가 폐지된 이유를 단계적으로 질문하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박민 사장은 정동영 의원이 거론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대해 자기가 답변하기 좋은 것만 골라서 답하고 더 라이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에 비해 최민희 과방위 위원장은 시작부터 단답형으로 하겠다고 선언하고 ‘그런 사실이 있습니까?’, ‘왜 안 했습니까?’라는 단답을 유도하는 질문만으로 증인의 위증 사실을 밝혔다. 류희림 방통위 위원장이 구글 부사장 마컴 에릭슨을 만나 유튜브의 불법 유해 콘텐츠를 신속하게 삭제하고 차단하겠다는 협조를 약속받았다고 발표했다가 MBC에서 그런 사실 없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최민희 위원장은 그 보도가 거짓이라면 ‘항의를 했느냐?’, ‘왜 한 번만 했느냐?’를 묻고 담당자가 답변을 못하자 그 이유를 증명하는 증거를 보여주는 식이다. 그 증거란, 마컴 에릭슨이 그런 확약을 한 적이 없다고 보내온 메일이다. 이렇게 하면 방송을 보는 국민은 방통위의 위증도 알게 되고 확약 자체도 거짓이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국정 감사 영상 몇 개만 봐도 거짓말하는 증인이 너무 많았다. 이런 위증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미리 결론을 내고 질문하기보다는 팩트 체크로 국민의 눈앞에 진실을 보여주어야 한다. 좋은 질문으로 국정 감사가 제 기능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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